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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노후자금 자꾸 헐어 쓴다고? 차라리 집을 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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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명수

서명수

부동산은 노후 생활에 장애물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부동산만 잔뜩 있으면 생활비를 조달하는 길이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노후엔 그저 현금흐름이 꼬박 꼬박 생기는 자산이 최고인데, 부동산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은퇴설계 전문가가 노후생활에 들어가기 전 부동산 비중을 가급적 낮추라고 조언한다. 이쯤되면 부동산은 노후준비에 나선 사람에겐 애물단지 신세다. 정말 그럴까?

노후 준비는 먼 훗날에 관한 장기 계획이어서 시작하기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저축을 할 수 밖에 없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눈 앞의 단기 이익에 넘어가지 않도록 자신의 몸에 배게 하는 행동을 심리학에선 ‘행동장치’라고 한다.

행동장치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스스로 행동에 제약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미래에 의지가 약해질 것을 알고 그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우는 단순한 원리지만 그 효과는 강력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는 요정 세이렌의 노래를 이기지 못할 것을 알기에 돛대에 몸을 묶어 노랫소리에 현혹되는 것을 막았다.

이런저런 유혹의 손길이 뻗치기 마련인 노후자금에 행동장치가 많이 걸린다. 예를 들면 정부에서 개인연금 가입자에게 세액공제나 비과세 혜택을 준다. 가입자가 중도 해지할 경우 이 혜택을 토해내야 해 손해 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렇게 되면 중간에 다른 데 돈 쓸 일이 생겨도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다. 개인연금의 세제혜택은 우리나라 사람의 노후준비가 매우 부실하다고 하니 정부가 나서 강제저축을 유도하려고 내놓은 행동장치다.

개인적으로 집을 사는 것도 행동장치를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는 은퇴설계 이론으로 보면 바보같은 짓이다. 집은 유동성을 해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당장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집을 팔아 현금을 만들기가 어렵고, 일부만 현금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집을 팔기 어렵다는 단점은 돈을 묶어둘 수 있는 장점이 된다. 돈이 집에 잠겨 있으면 더 이상 그 돈에 손을 대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노후를 위해 저축한 돈을 미리 써 버리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만약 노후에 유동자산이 부족할 경우 주택연금에 가입함으로써 주택의 유동화를  꾀할 수도 있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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