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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해외민주인사' 표현 적절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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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3주간 중에는 신문 지면을 오래 차지한 중요 기사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태풍 '매미',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 위도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문제는 끊임없이 기사거리를 양산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를 난처한 처지에 빠지게도 했다.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가장 폭발성 큰 발언은 유인태 정무수석의 전투병 파병 반대였다. 이 발언은 盧대통령의 뜻과는 무관한 柳수석의 '취중 사견'으로 정리됐지만 그 발언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柳수석의 문제 발언은 17일자 동아일보가 1면 톱으로 보도했고, 중앙일보는 다음날 4면 박스로 발언의 경위와 배경을 추적했다.

태풍 매미와 관련해서는 태풍이 상륙하던 12일 저녁 盧대통령이 비서실장.경호실장의 가족들과 삼청각에서 뮤지컬을 관람하고 외식을 했다는 국회의원들의 폭로가 큰 물의를 빚었다. 태풍이 내습하던 시기는 신문이 휴간 중이어서 태풍 뉴스는 모두 TV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태풍의 내습과 피해상황을 TV로 시청했던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모습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TV에 나타나지 않는지 의아심을 품었다.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 소식으로 이러한 의아심의 일부가 풀린 셈이다.

그런데 23일자 중앙일보는 태풍 때 盧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했다는 기사를 3면 1단으로 작게 보도했다. 1면 2단, 3면 박스, 1면 3단과 4면의 2개 박스 등으로 눈에 띄게 보도한 타지들과 비교된다. 다만 다음날 비판적인 속보는 경쟁 타지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태풍 때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제주에서 골프를 쳤다는 기사는 15일자 동아일보 특종이었다.

22일자 1면 톱 '위도 원전센터 원점서 재검토' 기사는 중앙일보의 단독기사다. 부안과 위도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취재원으로 원용됐다. 여론과 인기에 민감한 현 청와대의 분위기로 미루어 그랬음직도 하다.

그러나 현지 반응이 너무 거세어서인지 청와대와 산자부 모두 공식적으로 사실이 아닌 오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오보로 혼란을 일으킨다는 비난이 중앙일보에 쏟아졌다. 공은 중앙일보 쪽으로 넘어 온 것이다.

오보로 인정하든지, 보다 확고한 사실 제시로 오보 주장을 깨뜨려야 할 것이다. 23일자 2면 취재일기를 보면 취재원 보호 때문에 다 쓰진 못하지만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얘기 같은데 이 정도 구체성 없는 얘기로는 독자를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 같다.

위도 원전센터와 관련해 부안군수가 폭행당해 중상을 입은 기사는 9일자 중앙일보가 1면과 사회면 톱으로 가장 충실하고 비중있게 다뤘다.

9월 22일은 중앙일보 창간 38돌이다. 이번 창간특집은 예년에 비해 양은 적지만 알차다. 대작 시리즈 <'新제국' 미국은 어디로>와 전문가 연속좌담 <국정 3대과제 이렇게 풀자>는 모두 눈을 끄는 시의에 맞는 기획이다.

이번이 두번째인 대학생 기획.탐사보도 공모전도 계속 발전시킬 가치가 있어 보인다. 대학에서 탐사보도를 강의하면서 팀을 짜 취재.보도실습을 시켜보면 매우 참신하고 깜짝 놀랄 만한 것들이 가끔 나온다. 비판정신과 취재력을 갖춘 미래의 기자를 기르는 데도 일조할 것 같다.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를 포함해 과거 외국에서 반한(反韓). 반체제 활동을 한 인사들이 민주화 기념사업회 초청으로 귀국하면서 상당수 방송.신문들이 이들을 '해외 민주인사'로 불렀다.

이들 중에는 과거 군사정부 시대 민주화운동을 위해 반체제 활동을 한 사람도 있지만 통일운동이란 이름으로 친북.반한 활동을 한 사람도 있다. 때문에 일률적으로 '민주 인사'로 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들의 귀국을 보도한 20일자 중앙일보 5면 기사는 이들을 '해외 반체제 인사'로 표기했다.

22일자 중앙일보는 일본 자민당의 간사장으로 임명된 아베 신조를 3면 기사에선 '관방부 장관'으로, 19면 박스에선 '관방부장관'으로 표기, 혼선을 일으켰다. 3면 기사는 분명 오류인데 이런 오류와 혼선을 막기 위해 앞으로 부(副)장관은 '관방 부장관'식으로 쓰는 게 좋겠다.

성병욱 중앙일보 고문.세종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