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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가고 BTSㆍ메리 포핀스 온다…응원봉 들고 영화관으로

중앙일보

입력

영국 밴드 퀸의 음악을 소재로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국 밴드 퀸의 음악을 소재로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앞으로 음악 영화는 ‘보헤미안 랩소디’ 이전과 이후로 나뉠 듯하다. 영화관에서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영화 속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고, 한 곡이라도 놓칠세라 복습을 하고 다시 영화관으로 향하는 ‘싱어롱’과 ‘N차 관람’이라는 새로운 풍속을 낳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난해 10월 31일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통상 2주면 흥행 성패가 결정되는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13주간 장기집권했다. 24일 기준 989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29일 VOD를 공개하며 안방극장으로 향한다.

콘서트 감동 그대로 ‘러브 유어셀프’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실황을 담은 영화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 [사진 CJ CGV 스크린X]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실황을 담은 영화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 [사진 CJ CGV 스크린X]

퀸의 바통을 이어받을 첫 번째 주자는 방탄소년단이다. 지난해 8월 포문을 연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 실황을 담은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이 26일 개봉한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 전 세계 96개 국가 및 지역 3800여개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전 세계 70여개 지역에서 196만 관객(한국 31만)을 동원한 ‘번 더 스테이지: 더 뮤비’보다 큰 규모다. 전작이 유튜브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 공개된 다큐멘터리라면, 이번 작품은 콘서트 무대가 고스란히 담겨 기대감을 높였다.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극장가도 분주한 모양새다. 단독 개봉하는 CGV는 26~27일 이틀간 전방뿐 아니라 좌우 3개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스크린X 51개 관에서 싱어롱 상영회를 준비한 데 이어 영등포에서는 투어 스태프가 직접 참여해 응원봉을 중앙 제어하는 ‘아미밤 상영회’를 마련했다. 공연장과 똑같은 현장을 구현해 팬들의 만족도를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이다.

‘빅뱅 메이드’(2016)나 ‘젝스키스 에이틴’(2018) ‘트와이스랜드’(2018) 등 아이돌 콘서트 실황 영화는 간간이 있었지만 모두 6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반면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은 100여 개국에서 개봉하는 만큼 역대 스크린X 관객수를 경신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현재까지 스크린X에서 가장 많은 관객 수를 동원한 영화는 ‘보헤미안 랩소디’로 115만명(한국 92만명)을 기록했다.

반세기만 후속작 ‘메리 포핀스 리턴즈’

반세기만에 후속편이 나온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반세기만에 후속편이 나온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음 달 14일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도 유력 주자다. 1964년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조합된 첫 영화로 화제를 모은 ‘메리 포핀스’의 후속작으로 엄마와 아내를 잃은 마이클과 세 아이에게 다시 돌아온 메리 포핀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카고’의 롭 마샬 감독이 연출을 맡고 ‘라라랜드’ 제작진이 참여해 음악 영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지난해 12월 북미 개봉 후 흥행 수익은 1억 5165만 달러(약 1703억원)를 돌파해 벌써 ‘라라랜드’를 넘어섰다.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과 함께 디즈니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작품인 만큼 기대되는 곡들도 많다. 각각 주인공 메리 포핀스와 잭의 한국어 더빙을 맡은 뮤지컬 배우 정선아와 한지상은 다음 달 8일 쇼케이스에 참석해 ‘더 플레이스 웨어 로스트 씽스 고(The Place Where Lost Things Go)’와 ‘러블리 런던 스카이(Lovely London Sky)’를 들려줄 예정이다. 유튜브에서 인기몰이를하고 있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역시 테마곡 ‘트립 어 리틀 라이트 판타스틱(Trip a Little Light Fantastic)’ 퍼포먼스를 준비 중이다.

함께 부르는 영화 아카데미도 점령 

파격 의상으로 유명한 가수 레이디 가가의 연기력이 돋보인 ‘스타 이즈 본’.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파격 의상으로 유명한 가수 레이디 가가의 연기력이 돋보인 ‘스타 이즈 본’.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들 영화가 각종 시상식을 휩쓸면서 음악 영화는 스토리가 약하다는 선입견도 깨지고 있다. 다음 달 24일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대거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레이디 가가가 무명 가수로 출연해 최고의 스타로 거듭나는 앨리 역할로 열연한 ‘스타 이즈 본’은 작품상ㆍ여우주연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보헤미안 랩소디’ 역시 작품상ㆍ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음악상 등 4개 부문 후보작이다.

OST에 공들인 영화가 늘어나면서 음악상ㆍ주제가상이 작품상ㆍ감독상 못지않은 격전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마블 영화 최초로 후보에 오른 작품상을 비롯 7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블랙팬서’가 가장 위협적이다. 켄드릭 라마가 부른 ‘올 더 스타스’ 등으로 인기를 얻은 ‘블랙팬서’ OST는 영화 음악으로는 드물게 그래미 앨범상 후보에도 올라 있다. 지난해 미국 전체 앨범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앨범 1, 2위가 모두 OST인 점도 눈에 띈다. 1위는 ‘위대한 쇼맨’으로 127만장이 팔렸고, ‘스타 이즈 본’이 52만장으로 그 뒤를 이었다.

마이클 잭슨·데이비드 보위 영화도 나올까

1993년 ‘데인저러스’ 월드투어 싱가포르 공연 무대에 선 마이클 잭슨. [AP=연합뉴스]

1993년 ‘데인저러스’ 월드투어 싱가포르 공연 무대에 선 마이클 잭슨. [AP=연합뉴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음악 영화는 흥행에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거리에서도 노래가 흘러나오고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한 패러디가 이어지면서 문화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신드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김형석 영화평론가의 분석처럼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김 평론가는 “10년 전 ‘아바타’가 3D 영화 보급을 가져온 것처럼 한국이 개발한 스크린X가 체험으로서의 영화 관련 기술을 선도하는 동시에 K팝과 접목해 해외의 한류 팬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전달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팝스타를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소니 영화사의 연극 사업부인 컬럼비아 라이브 스테이지가 마이클 잭슨 뮤지컬 ‘돈 스탑 틸 유 겟 이너프’를 오는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초연한다고 발표하면서 영화화 가능성도 커졌다. 데이비드 보위의 아들이자 영화감독인 덩컨 존스는 지난달 트위터에 영화사와 전기 영화와 관련된 미팅을 했다며 누가 주인공을 맡으면 좋겠냐는 설문조사를 올리기도 했다. 영국 BBC는 데이비드 보위 다큐 3부작 중 마지막 편인 ‘더 퍼스트 파이브 이어스(The First Five Years)’를 완성해 연내 방송 예정이다.

올해 공개를 앞둔 데이비드 보위 다큐멘터리 ‘데이비드 보위: 더 퍼스트 파이브 이어스’. ‘데이비드 보위: 파이브 이어스’와 ‘데이비드 보위: 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 이은 3부작이다. [사진 BBC]

올해 공개를 앞둔 데이비드 보위 다큐멘터리 ‘데이비드 보위: 더 퍼스트 파이브 이어스’. ‘데이비드 보위: 파이브 이어스’와 ‘데이비드 보위: 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 이은 3부작이다. [사진 BBC]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온전히 음악만 듣는 게 힘들어진 게 사실”이라며 “영화관에서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 경험을 하게 된 사람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해 실물 앨범 구매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콘서트 실황 등은 일종의 틈새시장이 되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사운드나 비주얼 적으로 새로운 체험을 선사하지 못한다면 팬층 이상으로 확대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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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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