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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방위비 12억5000만 달러에 연 7% 상승 요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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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총액을 12억5000만달러로 1.5배 인상하자면서 연간 상승률도 7%로 제시해왔던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지난해 12월로 종료된 2017년 SMA에선 연간 상승률에 대해 전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되 4%를 넘지 못하게 돼있다. 미국 측은 그러나 최대 4% 인상에서 7%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요구해온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난해 12월 "부자 국가들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관련 압박으로 해석됐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난해 12월 "부자 국가들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관련 압박으로 해석됐다. [중앙포토]

협정의 유효기간에 대해서도 미국은 최초 10년을 주장해왔으나 지난해 12월 중순 마지막으로 진행된 실무협상에선 돌연 1년 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교가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부자 국가들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24일 트윗)→“미국이 세계의 경찰이 될 수는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25일 해외파병 장병과 화상대화)→“모든 부담을 미국이 져야 하는 건 부당하다. 우리는 더 이상 호구(suckers)가 아니다”(26일 이라크 방문)라고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11월 19일 9차 실무협상 뒤 기자단에 “미국은 최초 10년을, 우리는 3년을 주장했다”며 “그러나 일단 5년으로 좁혔다”고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말했다. 미국도 그러나 10년은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납득하고 6년으로 입장을 바꿨었다고 한다. 그러나 약 한 달 뒤 미국이 돌연 1년으로 유효기간을 바꾸며 압박해온 것이다.

그러나 국회 비준 등에 시간이 걸리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할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측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당시 분담금 총액 규모도 1.5배에 해당하는 12억5000만 달러(25일 환율 기준 1조4018억원)를 요구했다고 한다. 협상은 결렬됐다.

미국은 이후 “십억(billion)달러 이하로는 무조건 안 된다”며 10억달러를 최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한국은 그러나 분담금 규모는 1조원을 넘길 수 없으며 유효기간도 3~5년으로 하자고 대응했다.

주한미군의 훈련 모습. [연합]

주한미군의 훈련 모습. [연합]

한국은 분담금 규모에서는 다소 유연성을 발휘할 수도 있으나 유효기간 1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미국도 기본적으로는 총액 규모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유효기간에 대해선 타협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상승률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11월 9차 협상 뒤 브리핑에서 “저희는 (미국이 요구한) 7%는 절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훨씬 낮추려 한다”고 말했다.

방위비 집행에 있어서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는 문제도 제기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5월 3차 협상 뒤 기자단에게 ”우리는 분담금 집행 과정에서 군사(시설)건설 및 군수지원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는 금액을 먼저 합의한 뒤 어떤 사업에 쓸지 추후에 정하는 총액형이다. 그러나 주일미군의 경우는 총액을 먼저 정하지 않고 사업을 선정한 뒤 필요한 비용 규모를 심사하는 소요형을 채택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10월 7차 협상 뒤 기자단에게 일본의 소요형 제도를 언급하며 ”투명성이나 책임성 측면에서 총액형보다 더 나은 제도가 아닌가 검토하고 있는데 일률적으로 어느 것이 낫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심층적으로 정부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러나 소요형으로의 전환은 주한미군 사령관의 군사적 소요 판단에 대한 권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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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지난해 10차례 실무협상을 진행하면서 기자들에게 개략적 협상 상황을 설명해왔고,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했다. 기자단도 협상의 진행을 고려, 비보도를 최대한 수용해왔으나 25일 외교부와 협의해 일부 내용을 보도하기로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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