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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위비 분담금 협상, 빨리 끝내야 뒤탈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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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건 여러 면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한·미 간에 주한미군의 주둔 관련 비용을 5년마다 어떻게 나눌지 결정하는 게 분담금 협상이다. 매번 분담금 협상은 중요하지만 이번은 특히 그 의미가 크다. 언제, 어떻게 타결되느냐에 따라 주한미군 철수 여부가 영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해왔다.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 측 부담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면 이를 꼬투리 삼아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에 나설지도 모른다. 특히 트럼프가 한국 측 분담금 규모에 만족하지 않으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주한미군을 줄이라는 북한 측 요구를 덜컥 받아들일 위험이 커진다.

불발 시 주한미군 감축 부를 우려 있어 #미군기지 무상제공 등 적극 강조하고 #미 전문가, 여론 대상 공공외교 병행해야

물론 주한미군이 영원히 한반도에 주둔해야 한다는 명문화된 법도, 규정도 없다. 그럼에도 설혹 감축이나 철수가 이뤄져도 만인이 공감할 적당한 시기에 검토돼야 마땅하다. 트럼프가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수준에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약속해 버리면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분담금 협상은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전화해 조속한 타결을 촉구한 데 이어 국회에 가 협조를 부탁한 것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이 걸린 협상이라 진통이 없을 수 없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물론 양측이 원하는 분담금 규모의 현격한 괴리다. 한국은 1조원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기존 액수(9600여억원)의 1.5배, 즉 1조4000여억원을 요구한다고 한다. 쉽게 좁혀질 수준이 아닌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양측은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생각해 신속히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공통 분모를 찾아 낼 여지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한국은 주둔비 외에도 광활한 미군기지를 거저 빌려주고 있다. 각종 세금 및 공과금 혜택도 막대하며 미군을 지원하는 카투사의 인건비 역시 돈으로 환산하면 엄청나다. 게다가 평택기지 건설비 10조원도 한국 측이 떠안았다. 한국이 부담한 게 그저 분담금만이 아님을 미국 측에 강조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한국 측도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혜택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올해 우리 국방예산은 46조7000여억원이다. 한국 측이 생각하는 분담금 상한인 1조 원은 여기의 2.1% 규모다.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에 기여하는 몫을 고려하면 많다고 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니 양측은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협상을 신속히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 협상의 열쇠를 쥔 트럼프가 계속 완강하게 나오면 미 의회와 싱크탱크 전문가, 언론들을 상대로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펼쳐 미국내 여론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공공외교는 이럴 때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