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화해의 아시아적인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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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소화해의 아시아적인 의미와 한반도에 대한 의미는 깊다.
특히 우리에게 있어서 그 의미가 깊다는 말은 1949년 중국공산당이 대륙중심부를 장악했을때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1960년대말 중국이 미국과 「전략적타협」을 감행했을때 우리가 남북대화를 해야했다는 점에서도 볼 수 있다.
이제 다시 1990년대를 바라보면서 중국공산당이 소련공산당이라는 국가대국가만이 아니라 「당대당」의 화해까지 갈 때에 그 여파는 한반도에 큰 파도로 닥쳐올 것으로 보인다.
50년대의 중소협력의 구가는 아시아국가들에대한 「해방전쟁형」이었고, 소련은 제정러시아이상으로 극동에서 막강한 힘을 전개한 시기가 있었다. 아시아의 신생독립국가들이 「비식민지화」과정에서 사회주의를 모델로 하여 근대적 독립국가로 발전하려 하였으며 소련과 중국이 후견인노릇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70년을 거치면서 중국·일본·아세안국가들 모두가 소련에 대항하는 동맹으로 전환하였다. 이제 소련과 중국이라는 양대 사회주의국가들은 대내개혁이라는 명제를 전제한 페레스트로이카와 개방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그에비해 전후 근대화에 성공하고 있는 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등 비공산국들은 소련의 침체기였던 「브레즈네프」20년간에 눈부신 산업화를 성공시켰다.
「칼·마르크」마저 아시아를「아시아적 생산양식」으로 깔보았던 오늘의 비공산 아시아 국가군들이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였으며 특히 역경의 한국이 대표적인 근대화의 기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이 우리의 겸손한 곤혹이기도 하다.
이번 「고르바초프」-등소평회담에서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양국간의 전략적인 숨돌리기라는점이 아니라 중국의 근대화와 관련하는 중국인민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민족주의의 성격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등소평은 사회주의 원칙은 변화시키지 않고 중국의 근대화나 공업화를 진행시키려 시도했는데 그것이 잘못이었다.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간의 기본적인 체제적 차이인 사유재산제도라는 기초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기초위에서 근대화를 진행하려한 과오였다.
중국이 공업화에서 중대한 난국에 직면한 이유는 사유재산제도가 인정 안되는 과정에서 부가 증대함에 따라 중국공산당 간부들이 권력으로 재물을 바꾸는 체제적 부패를 낳기 때문이다. 중국민족은 이제 근대화에는 민주화라는 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수반해야한다는 인식을 이번 천안문앞의 시위를 통해 강력하게 표출하였다.
중국정부는 한국경제의 산업화를 모델로 하면서도 근대화에는 민주주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남한의 정치적 교훈은 배우지 못했다. 박정희의 권위적 권력이 확실히 한국의 근대화를 촉진하였으나 그 기저에는 역시 국민의 사유재산이라는 정치적 원칙이 있을 때에 가능하였으며, 박정희 이후에 보듯이 근대화에는 민주화가 동반해야 한다는 철칙을 중국은 무시한 것이다.
오늘아침 등소평은 온건개혁파를 후퇴시키고 이붕의 강경연설을 시발로 권위적인 공산당의 권력으로 근대화의 고삐를 잡으려 하는 듯 하나 이는 중국민족주의 변화에 옳게 대응하는 일은 못된다고 본다. 해방군을 천안문에 동원한다고 하여 중국인민의 민주화 열기가 근대화의 진행과 함께 식을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중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소련의 근대화와 개방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현실이라고 본다. 「고르바초프」가 겨우 자본주의의 계약제도를 도입하여 체제를 수정해 보려 하고 있으나 본질적인 체제적 변화없이 오늘의 소련 근대화는 이미 「고르바초프」4년의 결과에서 보듯이 낙후할 뿐이다.
권력을 장악한 공산주의가 인간의 자유를 박탈하는 순간 공산주의는 파탄으로 내려오는 것은 「고르바초프」스스로가 권력장악후 곧 인민에게 금주제한을 내렸다가 술을 마시려는 인민의 저항에 부딪쳐 다시 풀어야했던 예에서 실감할수 있는 것이다.
이번 중소회담에서 우리가 지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중소간의 외교적인 타협이 아니라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하여 오다 완전히 아시아에서 실패한 두 사회주의 국가가 비자본주의적 「발전의 길」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기로에 섰다는 아시아적 의미인 것이다.
완전히 좌절하는 소련은 몰라도 적어도 중국의 민족주의는 오늘 이붕의 연설에서 다른 의미로 말한 「돌이킬수 없는」민족주의의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중소간 정치타협의 아시아적 의미에는 핵심적으로 아시아의 근대화와 민주화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대륙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민족의 민족주의 성격이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화」라는 성격을 띠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으로 한반도의 「근대화」와 「자유화」라는 문제제기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기탁<연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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