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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효과’ 15만 늘었는데 취업자 9만 증가 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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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른바 ‘고용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취업자 수가 ‘인구 효과’만큼도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전년 대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지만, ‘인구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이 전년의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든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기준보다 5만5600명 부족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저치 #정부도 최근 ‘인구 탓’ 잦아들어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중앙일보가 분석한 결과 취업자 수에 영향을 끼치는 ‘인구 효과’는 지난해 15만2600명이었다. ‘인구 효과’는 전년 대비 15세 이상 인구 증감에 전년도 고용률을 곱해 구하는 것으로 전년도 고용률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인구증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취업자 증감분을 뜻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9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쉽게 말해 고용상황에 특별한 변동이 없는 경우 보통 ‘인구 효과’ 정도의 취업자 증가를 기대하는데, 지난해에는 이에 5만5600명이나 못 미쳤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지난해 7월 공개한 ‘장래인구추계’ 기준 인구 효과(15만8000명)에도 6만명 이상 모자란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인구 효과를 밑돈 것도 2009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2010년대에는 해마다 ‘인구 효과+α’의 신규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유지해오다가 지난해 α 앞의 부호가 ‘-’로 바뀐 셈이다. 2017년만 해도 늘어난 취업자 수는 31만6000명으로 당시 인구효과(19만7000명)를 12만명 가까이 웃돌았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주 52시간 제 시행으로 근로시간이 줄고, 일·가정양립형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취업자 수는 당연히 인구 효과 이상으로 늘어야 한다”며 “경기 둔화에 제조업 구조조정, 관광객 감소 등으로 고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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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후 취업자 증가 폭이 인구 효과에 턱없이 밑돌면서 ‘인구 탓’ 얘기는 잦아들었다. 대신 “취업자 증가 폭 둔화 원인은 구조적 요인, 경기적 요인, 정책적 요인 등이 있다”며 “좋은 의도의 정책도 속도, 어려운 경제여건 등과 맞물려 단기적으로 일부 취약계층 고용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게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지난해 말 진단이다.

전문가들도 지난해 취업자 수가 되려 ‘인구 효과’를 까먹은 배경에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책적 측면에 의한 노동비용 증가라는 부정적 효과가 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재정 54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은 것을 두고, 이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7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공개한 ‘장래인구추계’ 기준 인구 효과. 당시에는 지난해 인구 효과를 15만8000명으로 예상했다. [자료 통계청]

통계청이 지난해 7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공개한 ‘장래인구추계’ 기준 인구 효과. 당시에는 지난해 인구 효과를 15만8000명으로 예상했다. [자료 통계청]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 효과가 지난해 연말에 나타난다더니, 지금은 1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로 바뀌었다”며 “이제 이념적 욕심을 버리고, 기업들과 소통·대화를 통해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15만 명 증가를 목표치로 잡았다. 지난해 7월 내놓은 2019년 장래인구추계 기준 인구 효과(14만9000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16.4% 올랐던 최저임금이 올해 또 10.9% 올랐고, 주요 경제 지표는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라며 “정부 재정으로 만들 수 있는 일자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손해용·김기환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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