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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소 악수 아주 4각 체제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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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0년만에 열린 중소회담은 중국과 소련을 오랫동안 갈라놓았던 이데올로기 논쟁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70년의 역사를 가진 공산주의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한편 2차 대전 이후 계속된 냉전체제에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한다는 측면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생전의 「마오쩌둥」(모택동)은 『소련과의 논쟁은 1만년이라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었다.
실제 1959년 가을 중소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이념논쟁에서 모택동은 「흐루시초프」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결별을 선언했었다.
당시 모는 『동풍이 서풍을 압도할 것』이라고 장담했으며 「흐루시초프」도 『80년도에는 소련이 서방을 능가할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예언들은 잊혀진 채 중소 모두 자본주의에 미소를 보내게 됐으며 자국에서 분출하고 있는 국민들의 경제적인 욕구 충족에 급급한 실정이 됐다.
이러한 중소의 국내문제와 함께 중소회담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공산주의 봉쇄라는 목표아래 군사력을 중심으로 중남미에서 동남아까지, 또 서유럽에서는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를 통한 서유럽제국과의 동맹을 통해 저지선을 구축해 왔다.
그러나 중소회담의 결과로 이러한 미국의 개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선 중소국경을 비롯한 극동지역 내에서 군사력감축을 확인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에서도 유럽에서와 같은 화해와 평화무드를 조성할 전망이 커졌다.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소련의 경제적 진출에도 이번 중국방문의 한가지 목적이 있었지만 미국이 이 지역에서 지금까지 소련에 비해 거의 독점적으로 누려온 경제·군사적 이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아시아에서 미·소의 양극체제 대신 미·중·소 또는 일본을 포함한 4각 체제로 구조가 바뀌면서 균형체제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또 미국의 영향력 감소를 예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소회담은 한반도 정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8일 북경 인민대회당에서 행한 연설에서 북한의 자주적 평화통일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아시아 국가들의 문제를 공동으로 논의할 아시아 안보회의(Asian Process)창설을 제의함으로써 북한은 중소회담이후 국제무대의 장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북한은 중소등거리 외교 이익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 문호개방을 통해 자력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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