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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병장까지 FM, 성실 김용균. 우리도 사고가 두렵다"

중앙일보

입력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지난해 12월 한국서부발전의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 중 사고로 숨진 故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이우림 기자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지난해 12월 한국서부발전의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 중 사고로 숨진 故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이우림 기자

20대 초반의 조문객들이 줄을 섰다. 작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고 김용균씨 빈소를 찾아온 그의 동료들이다. 김씨는 24살에 세상을 떴다.

청년 노동자 관련 단체들의 조문도 줄을 이었다. 차분함 속에 조문객의 발길만 이어졌다.

사고 발생 44일만인 22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씨의 빈소. 고인의 동료들이 상주 역할을 하며 자리를 지켰다.

 고 김용균씨 빈소 벽면에 김씨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이우림 기자

고 김용균씨 빈소 벽면에 김씨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이우림 기자

숨진 김씨를 최초로 발견한 발전소 동료 이모씨도 그 역할을 했다. 이씨는 “용균이는 군대에서도 이병부터 병장까지 ‘FM’(원칙주의를 뜻하는 군대식 표현)으로 생활했다고 한다”며 “영어 경시대회에 나갈 정도로 똑똑한 친구였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그는 "태안 화력에서 12명이 죽었는데 우리도 두렵다"고 착잡한 마음을 전했다.

빈소 복도 벽 한편에는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남긴 200여개의 추모 글이 붙어있었다. ‘하늘에서는 안전한 곳에서 푹 쉴 수 있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벽면을 채웠다.

이날 오후 7시 장례식장 앞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씨에 90여 명이 찬 바닥에 앉아 촛불을 들었다. 최준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매년 발생하는 발전소 현장 사망 사고 때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김용균씨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의 안일함과 우리의 치열함 부족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22일 오후 고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김용균의 죽음에 정부가 답하라"라는 주제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고 김용균씨의 얼굴이 새겨진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고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김용균의 죽음에 정부가 답하라"라는 주제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고 김용균씨의 얼굴이 새겨진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앞서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용균님을 서울대병원에 안치하고 광화문광장에서 공동대표단이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씨 유가족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수립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장례를 연기해왔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오는 설 전에 김씨의 장례를 치르는 것을 목표로 정부에 기존 요구 사항을 계속해서 요구할 계획이다.

이태의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김씨의 빈소를 서울로 옮긴 이유에 대해 “대통령의 문제 해결 의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씨는 “대통령은 고 김용균님 사고에 대해 가장 깊은 애도를 표하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서부발전과 고용노동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던 유가족과 동료들은 태안에서 전혀 다른 대접을 받았다”고 소리를 높였다.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부모 입장으로 자식을 차가운 곳에 계속 놔 둬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아프고, 힘들고, 괴롭다”며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차가운 아들을 끌어안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시민대책위는 김씨의 49재인 오는 27일 오후 3시 광화문 광장에서 제6차 범국민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정부는 김씨 사고를 포함한 석탄발전소 중대 재해 사고원인 분석 등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낙연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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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진ㆍ이우림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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