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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사고 언제든 날 수 있었다…전국 화력발전소 총체적 안전 불감

중앙일보

입력

태안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업체 직원 김용균씨와 유사한 사고가 전국 모든 석탄발전소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의 안전점검 결과 전국 12개 석탄발전소에서 동일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가 적발됐기 떄문이다. 김씨는 지난달 10일 태안발전소에서 야간에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시설에 끼여 숨졌다.

평소 낙탄이 수북이 쌓인 발전소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평소 낙탄이 수북이 쌓인 발전소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서만 무려 1000건이 넘는 안전보건조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공기업이면서도 총체적 안전불감증 속에 운영해온 셈이다.

고용부, 태안발전소 특별안전보건감독 결과 #안전보건조치 위반 1029건 적발 #원·하청 10개소 책임자와 법인 형사처벌 #과태료 6억7000만원 부과하고 시정명령 #12개 석탄발전소와 발전5사 본사도 점검 #산업안전법 위반 1094건 적발…태안과 유사 #관련 시설 사용중지, 과태료 3억800만원

서부발전을 비롯한 발전 5사 본사와 전국의 12개 석탄발전소도 1000여 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가며 시설을 가동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태안발전소 특별안전보건감독 결과와 발전 5사 본사 및 석탄발전소(12개) 긴급안전점검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태안발전소에 대한 특별감독은 지난해 1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4주 동안 진행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초 2주간 점검할 계획이었으나 위반 사항이 너무 많아 시설 운영 전반을 들여다보느라 점검 기간을 연장했다"고 말했다.

점검 결과 태안발전소는 바닥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개구부에 추락방지 장치조차 설치하지 않았다. 안전난간도 없었다. 빠르게 회전하는 벨트 등에는 덮개마저 만들지 않았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이런 위험을 방치했다. 또 위험한 기계나 기구를 안전인증이나 안전검사도 위반한 채 사용했다. 작업장의 조도를 맞추지 않아 근로자는 어두운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원청과 하청업체는 서로 업무영역을 미루며 관리하지 않았다.

이런 위반사실이 무려 1029건에 달했다. 원청인 태안발전소에서 865건, 18개 하청업체에서 164건이 적발됐다. 고용부는 태안발전소 내 압력용기 5대와 컨베이어 8대 등 13개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위반사항이 중한 728건에 대해서는 원청과 하청업체의 책임자와 법인을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또 284건의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과태료 6억7000여만 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같은 기간 발전 5사 본사와 전국 12개 석탄발전소에 대해서도 긴급안전점검을 했다. 이들 발전소는 태안발전소와 유사한 작업설비와 운영방식을 택하고 있다.
점검 결과 10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위반 내용은 태안발전소와 거의 같았다. 김용균씨와 같은 사고가 이들 발전소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었던 셈이다.

고용부는 크레인 12대와 압력용기 7대 등 21개 시설에 대해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다. 과태료도 3억8000여만 원을 부과했다. 991건에 대해서는 개선 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에 불응하면 사업주와 법인을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또 점검 결과를 주무부처(산업통상자원부)에 통보해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관리 조치를 재편성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이와 별도로 사고가 발생한 태안발전소에 대해서는 16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안전보건 종합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그동안 석탄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 원인 규명과 원·하청 실태조사를 위해 조사위원회를 꾸려 가동할 방침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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