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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학생 후송 구급차소리 요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자오쯔양」(조자양) 당총서기, 「리펑」(이붕) 수상을 비롯한 중국정치국상무위원들은 18일 『학생들의 운동을 애국열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학생들이 요구하고있는 민주·법제, 부정부패척결, 개혁촉진등은 대단히 고귀한 것으로 당과 정부는 이런 합리적인 요구를 반드시 적극적으로 연구검토해 각종 정책에 반영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들 핵심권력기구의 정치국상무위원들은 이날 새벽5시 단식농성중 쓰러져 치료를 받고있는 학생들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을 순회방문, 『학생들의 목표는 당과 정부의 목표와 일치한다』고 전제, 이같이 말했다.
○…1백만명 시위군중이 운집한 17일 천안문광장에는 단식농성중 쓰러진 학생들을 급송하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밤새도록 계속됐다.
「질서유지」라는 완장을 팔뚝에 두른 학생들은 40㏊의 천안문광장도 모자라 북경제1의간선도로 장안가까지 발 디딜틈도 없이 밀려드는 군중들을 헤치고 앰뷸런스만이 통과할 정도의 작은 길을 터 단식농성중 쓰러진 동료들의 응급수송을 돕고있다.
○…단식 6일째인 18일 새벽 현재 3천여명의 단식농성학생중 이미 2천여명이 쓰러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며 단식학생 주위에는 『아이들을 구하자』라는등의 팻말을 든 늙은 어머니들의 수심찬 얼굴이 적잖이 눈에 띄어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억누른다.
북경대등 8개대학 총장이 당및 정부지도자의 대화촉구와 학생들의 단식등을 호소하는등 수많은 단체들이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l7일 북경 온도는 섭씨30도. 금년들어 최고 더위를 기록,1백만 인파의 민주화 반부패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는 한편 허기에 지친 단식학생들을 더욱 괴롭혔다.
18일 새벽까지도 북경을 상징하는 천안문과 모택동기념관사이의 천안문광장에는 공산당관계직원, 공무원, 대학생, 중·고교학생, 군인, 교수, 언론인, 근로자, 농민등 각계 각층의 수십만 성원단이 학생들을 격려키위해 찬공기를 마시고 있다.
○…「고르바초프」소련공산당서기장이 통과키로 예정됐던 장안가에는 그를 환영키위해 내걸었던 오색 깃발들이 시위군중위에서 펄럭이고 도로위에는 오색 카드대신 시위대가 버리고 간 휴지들이 「북경의 봄」바람에 이리저리 날리고 있다.
인민영웅 기념비에는 「고르바초프」가 바친 화환대신 검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소평, 참 멍청하군요」라고 쓴 대형 현수막등이 자리하고 있다.
○…각계각층이 참가, 학생운동에서 대중운동으로 전환된 민주화 요구의 현장, 천안문광장에는 비민주와 부패를 규탄하는 시위대들의 함성과 구호, 연설과 박수가 18일 새벽의 찬공기를 뜨겁게 하고 있다.
천진에서 올라온 약 1만명의 학생을 비롯해 상해·하북·산동·신강·하남·산서등 전국각지의 학생들이 천안문광장에 가세하면서 이제 천안문광장은 각계각층과 전국 각지역의「애국열정」을 집결하는 곳으로 됐다.
○…17일오전 8시쯤부터 천안문으로 통하는 모든 길에는「학생성원대」의 도보행진이 시작됐으며 주요간선도로가 한동안 교통마비 현상을 빚기도 했다.
이때문에 이날 오후2시 샹그리라호텔 중국측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중국외교부대변인의중소회담 브리핑에는 불과 30여명밖에 참석치 못했다.
○…1백만 군중의 자발적 집결은 바로 민심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16일을 고비로 사실보도에 접근하고있는 보도매체들의 혁신적 (?) 자세전환이다.
당국의 선전도구에 불과했던 각 신문 방송종사자들이 최신소식을 신속·정확히 보도하기시작했으며 중앙인민라디오는 17일밤 인민혁명기념비앞의 단식농성장에서 현장감있는 보도를하기도 했다.
○…인민일보·신화사등 14개 보도매체의 수천명 기자가 대정부 공개서한을 통해 학생들의 합리적 요구를 받아들일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수백명의 기자·데스크들이 시위에 직접참가했는데 18일 새벽에는 중앙TV라는 현수막을 앞세운 트럭에 탄 시위대가 카메라용 라이트 (불) 를 비치며 군중사이를 누비자 우뢰같은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농성현장에는 시민들의 햇볕을 막기위한 우산·얼음덩어리·식빵·음료수등의 지원품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북경인구의 10분의1이상이 참가한 시위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이렇다할 확답없이 또다시 단식농성 6일째로 접어들었으며 천안문광장 주변의 인민대회당과 모택동주석 기념관등은 어둠속에 우뚝선 괴물처렴 말이 없다.
○…이번 북경시위에서 「덩샤오핑」(등소평)에 대한 비난조 문귀가 많이 등장한 것이 특징. 군중들은 등의 경제개혁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그의 고령과 관련, 하야요구목소리가 높았다. 다음은 대표적 반등구호들이다.
▲안녕 등소평, 고맙소, 이젠 잘가시오. ▲등동지, 고향인 사천성 가족이 귀하를 기다리고있소. ▲등소평, 그대는 늙었소. ▲이젠 은퇴하시오,등동지 ▲소평, 그대는 멍청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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