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협의 무의미하다"면서도 '새 증거' 들이민 日방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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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발생한 한·일간 ‘레이더 조준, 위협 비행’ 분쟁과 관련해 일본 방위성이 21일 “더는 실무자 협의를 하더라도 사실 규명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한국과 협의를 계속하는 건 이제 곤란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겉으론 '어른스러운 휴전', 속으론 국제 여론전 강화 #레이더파 전환한 경보음 공개,"사격 레이더 분명" #"사격용은 연속적 경보,수색용은 단절적 경보"주장

일본 방위성이 21일 공개한 '최종견해'발표문

일본 방위성이 21일 공개한 '최종견해'발표문

이날 오후 5시에 홈페이지에 올린 ‘화기 관제 레이더(사격용 레이더) 조준에 관한 방위성의 최종견해에 대해’라는 발표문에서다. 일본 방위성은 “발표문 공표가 같은 종류 사안의 재발방지로 이어지길 기대하면서, 일·한 및 일·미·한 간 방위협력을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10페이지 분량의 발표문을 요약하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한국과는 아무리 논의를 하더라도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으니 같으니 진흙탕 같은 싸움에서 한 발을 빼겠다'는 주장이다.

방위성이 가장 공을 들인 건 당시 P-1 초계기 안에서 승조원이 들었다는 경보음이다. 레이더파를 소리로 전환한 것으로, 방위성은 기밀 보호를 위한 일부 ‘보전조치’를 거쳐 공개한다고 밝혔다. ‘화기관제레이더 탐지음’이라고 공개된 경보음을 들어보면 ‘삐~’소리가 18초간 계속 이어진다.

방위성은 “화기관제레이더는 목표물을 향해 레이더파를 계속 쏘면서 위치와 속도 등을 정확하게 측정하는데 쓰인다”며 “파형 등의 데이터가 수색레이더와는 명확하게 다르다”고 주장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해 12월 20일 동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P-1 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P-1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지난달 28일 공개했다. [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처]

일본 방위성은 지난해 12월 20일 동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P-1 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P-1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지난달 28일 공개했다. [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처]

일본 방위성은 ‘수색용 레이더 탐지음’이란 경보음도 홈페이지에 함께 올렸다. 20초에 걸친, 단절적인 경보음이었다.

초계기에서 울린 건 단절적인 경보음이 아니라 일정 시간에 걸쳐 연속적으로 울리는 경보음이었기 때문에 "한국 구축함이 쏜 건 화기 관제용 레이더가 분명하다"는 주장을 폈다.

방위성은 이어 “한국 측의 주장은 일관성도 없고, 신뢰성도 결여됐다"며 "사실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결론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가 전파신호음을 새로운 증거로 공개한 것은 일본 측 주장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겉으로는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을 명분으로 '어른스러운 휴전'을 제안하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국제적인 여론전 강화를 노린 셈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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