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시위로 예정코스 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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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각종행사 차질 예상>
○…「고르바초프」소련공산당서기장 일행은 당초천안문광장이 있는 장안가를 통과해 조어대 영빈관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천안문광장에서 계속되고있는 학생 및 시민의 시위대에 길이 막혀 길을 변경해 조어대에 도착했다.
한편 정부와의 평등한 대화를 요구하는 학생시위대 및 시민 5만여명은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천안문광장 및 인민대회당은 물론 장안가까지 점거해 1백여m의 장안가가 겨우 차 2대 정도만이 다닐 수 있다.
이날 시외는 정법대교수 및 강사들이『깨어나라』『내 조국은 울고있다』등의 대형 피킷을 앞세우며 낮12시40분쯤 천안문에 도착,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한편 인민대회당으로 통하는 길들은 시위대로 점령되어 있어 이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개회될 각종 행사가 제대로 개최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 방중환영 파킷>
○…「고르바초프」의 환영행사가 없는 천안문광장을 메우고 있는 학생시위대는 14일 오후 6시쯤 천진에서 무려 12시간을 자전거로 달러온6백여명의 남개대 학생들이 도착하면서 열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천안문광장에는 이날오후 퇴근시간부터 시민들이 몰리기 시작해 지난4일 시위이후 또다시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오후11시30분쯤에는「시민성원대」라고 쓴 피킷을 앞세운 시민들이 『중국인이여 일어나라』『시민들이여 따르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열을 짜기도 했다.
학생들은「시민성원대」가 밀려오자 스크럼을 짜 이들과 학생시위대가 섞이는 것을 막았다.
또 한 학생지도자는 마이크연설을 통해『우리는「고르바초프」의 방중을 환영하지만 우리들의 시위는 국내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전통복장 여성 다 시중>
○…중국당국은 역사적인 중소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북경으로 몰려드는 각 국 기자들의 취재편의를 위해 프레스룸을 설치, 13일부터 본격적 가동에 들어갔다.
소련 측 프레스룸에는 굳은 표정의 소련관리들이 부산하게 일을 보는 한편 허벅지 위까지 깊게 타진 전통복장을 한 젊은 중국여성들이 차 시중을 드는 모습들이 눈에 띄기도.

<미·일 대규모 취재단>
○…「고르바초프」소련서기강의 북경방문기간동안 북경에서 취재경쟁을 벌이게 될 기자 수는 미국이 최대규모로서 AP통신을 비롯, ABC·CBS·NBC 방송사 등에서 각각 60여명의 취재진을 파견해 미국측의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한편 일본은 NHK방송의 30여명과 교도(공동)·요미우리(독가)등은 워싱턴, 모스크바특파원까지 동원하여 총 규모·1백명 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정작 당사국인 중국과 소련은 상대적으로 적은 1백명 내외의 취재진이 동원되고 있는데 이는 사회주의 국가의 언론이 그만큼 경쟁력이 부족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 보다 활기 넘쳐있다>
○…소련에서 선발대로 온 관리 가운데 북경이 처음인 경우 중국이 물자가 풍부한데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련국내에서 역사책을 통해「낙후된 동생나라」로 배워온 중국이 실제는 소련보다 활기가 넘치고 있음을 발견한 것.
이들은 중국이 개방정책을 10년 전에 채택한데 반해 소련은 겨우 4년에 지나지 않는 것에서 온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는 소감이었다.

<자국 문화선전 열올려>
○…중국과 소련은 정상회담에 세계 각 국의 이목이 쏠리는 것을 자국의외교정책 및 문화를 선전하는 기회로 삼고있다.
소련은 북경의 일류호텔인 국제호텔에 프레스센터를 설치, 정례 뉴스설명회를 개최하고 각 국 기자의 질문에 동시통역으로 답변하는가 하면 중소우호를 상징하는 양국국기에 1989년의 연도를 새긴 기념배지도 나누어주어 성의(?)를 표시하고 있다.
【북경=박병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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