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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빛의 마술 … 거실 … 벽에 간접조명, 갤러리가 따로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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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새 집을 마련하거나 이사를 갈 때 TV나 냉장고, 벽지나 식기류는 한번 새로 장만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조명까지 신경 쓰기란 쉽지 않다. 건설회사나 전 주인이 해놓은 그대로, 또는 인테리어 관계자가 권하는 대로 쓰기가 십상이다. 조명이 개성 표현을 넘어 불면증이나 시력 등 가족 건강과도 관련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 무심히 대할 일은 아닌데도 말이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청계천 문화관, 논현동 인피니티 전시장 등을 밝힌 조명 전문가 제이슨 길(37) ㈜웰라이트 대표로부터 바람직한 조명 방식에 대해 들었다.

대한민국 가정의 조명은 천편일률적이다. 어느 집에나 천장 한가운데 형광등이 달려 있고 대체로 눈부시게 빛난다. 1970년대 '아파트'라는 주거양식이 본격화되면서 시작된 모습이다. 20평형대 아파트의 아담한 방에서는 이런 방식의 조명이 효율적이었다. 방이 작아 빛이 벽에도 반사돼 적은 전력으로 고루 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하고 30평, 40평, 50평형대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방과 거실이 넓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조명 방식은 천장 가운데 달리는 방등 형식 그대로다. 면적의 확대로 벽과 벽 사이가 멀어져 어둡다는 느낌을 줄이기 위해 가운데를 더욱 밝게 하는 경향이 있다. 20W 형광등 하나 사용하던 것을 55W 형광등 4개로 대체하는 방법이 사용되나 실제로 밝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면적의 확대에 비해 전력 소모량은 몇 배 이상 늘어났다. 조명 아래는 눈부심이 생길 정도로 너무 밝은데 다른 곳은 어두우니 주위를 둘러볼 때 시각적으로 불편하고 쉽게 피로해진다.

시력이 약해지는 장년과 노년의 경우 더 심하다. 노인들의 시력은 아이들보다 빛의 양이 약 4배가 더 있어야 같은 밝기로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넓은 평수에 사는 사람은 경제력 있는 장노년이 많다. 넓은 방을 더 환하게 만들어야 하니 방등 하나만으로는 시각적으로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좋은 조명 방식이란 어떤 것일까. 첫째, 한 개의 등기구보다는 여러 개의 등기구로 나눠 필요한 밝기를 낸다. 둘째, 반사된 빛으로 밝게 한다. 즉 공간의 벽도 함께 밝아져야 눈부시지 않고 공간 전체가 더 편안하게 느껴지며 부드러운 빛이 연출된다. 셋째, 책을 읽는 곳, 이야기를 하는 곳 등 필요한 곳에 해야 한다. 넷째, 밝기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원칙에 따라 방별로 바람직한 조명 방식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거실 (1)=옛날에는 가장 중요한 곳이 안방이었다. 어르신들이 계신 이곳으로 찾아와 문안을 여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실이다. 가장 중요한 곳인 만큼 밤에도 햇빛이 충분히 비추는 듯한 느낌을 주면 집안 분위기가 살아난다. 창문 반대쪽에 키 큰 스탠드 등으로 간접 조명을 해주면 그런 느낌을 낼 수 있다. 또 천장 가운데 등의 밝기를 줄이고 대신 벽에 간접조명을 해주면 공간이 더 밝게 느껴지고 훨씬 부드러워진다. 이와 함께 태양 빛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처럼 하늘색.노을색 등 자체적으로 변하는 조명을 활용하면 집안 분위기도 간편하게 바꿀 수 있다.

◆안방 (2)=거실의 개념은 사라지고 부부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했다. 그런 만큼 철저히 아늑한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좋다. 가장 역점을 두고 싶은 것이 화장대 주변 조명이다. 여성들은 화장 후 자기가 예쁘다고 느끼면 하루 종일 자신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다. 따라서 모델들이 화보를 촬영할 때 쓰는 필터 달린 조명도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부자리 머리맡에는 시계가 달린 간접조명을 이용하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오전 6시에 일어나고 싶으면 오전 5시부터 점점 천장을 밝히는 기능을 활용하면 우리 신체가 자연스럽게 반응해 알람이 없어도 6시에 눈이 떠진다.

◆부엌 (3)=예전에 부엌은 독립된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실과 연결된, 가족 간 만남과 대화의 장소다. 다목적 기능을 소화할 수 있는 부분 조명을 해주면 좋다. 싱크대 위에는 설거지를 위한 조명, 식탁 위에는 가족의 얼굴을 잘 볼 수 있도록 은은한 부분 조명이 적합하다.

◆공부방=보통 천장 가운데 방등이 있고 책상 위에 스탠드가 있다. 우선 스탠드는 고급으로 사는 게 좋다.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건 아니다. 눈부심 현상이나 그림자 등을 최소화한 것으로 꼼꼼히 따져본다. 흔히 방등은 끄고 스탠드만 켜고 공부하는 학생이 많은데 그렇게 하면 책상 주변과 다른 곳과의 차이가 너무 커져 눈이 쉽게 피곤해진다. 그렇다고 스탠드 밝기와 방등 밝기가 비슷하면 지루해 집중력이 떨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책상 주변은 자신에게 알맞게 밝게 하고 주위는 그보다는 약간 덜 밝게 하는 것이다.

정리=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장소제공=강원도 양양 골든비치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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