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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오는 날 ICBM 요격 계획 트럼프가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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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방미 길에 오른 17일 오후 미 백악관은 관련 소식을 함구한 채 북한을 겨냥한 미사일방어검토 보고서 발표 계획을 공개했다.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오전 11시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을 방문, 직접 ‘미사일방어 검토(Missile Defense Review)’ 보고서를 발표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격인 김영철 부위원장이 워싱턴에 도착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ICBM 위협과 방어 대책에 대한 메시지를 발표하는 셈이다.

펜타곤서 레이저 드론 등 발표 #김영철 특사단 어제 베이징 출발 #18일 트럼프에 친서 전달할 듯 #“미국, 작년엔 북한에 말렸다 기류” #미 국무부 차분하고 신중한 모드

보고서엔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를 대비한 요격 계획이 담겼다. 신형 F-35 스텔스 전투기에 요격 미사일을 장착하는 방안과, 한반도 해안을 비행하는 드론에 미사일 격추용 고성능 레이저를 장착하는 계획도 들어갔다. 미국이 미사일방어 전략을 수정해 미사일방어 검토 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하는 건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관심을 끄는 건 보고서 발표 ‘택일’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18일 김 부위원장 등 북한 특사단과 면담한 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공식 발표할 수 있다”며 “3~4월 베트남 다낭 개최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물론 보고서엔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 부분도 담겨 있지만 협상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대 당국자의 도착에 맞춰 이런 내용을 발표하는 건 북한과 담판을 진행하는 국무부의 속내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WP “김정은·트럼프 3~4월 다낭서 정상회담 유력” 

북·미 고위급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유나이티드 항공(UA808)을 탑승하기 전 보안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고위급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유나이티드 항공(UA808)을 탑승하기 전 보안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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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보고서 발표 일정을 공개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협상 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오찬을 함께했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 직전 일종의 ‘작전회의’를 하고, 미사일 방어 검토 보고서 발표 계획을 포함시키며 대북 압박 수위를 확정한 모양새다.

미국이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직행을 ‘허용’하는 등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도 내용적으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뭔가 가져와야 한다는 압박과 기선제압에 나섰다는 의미로 읽히는 부분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서 비핵화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며 “미국 입장에선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에 말려들었다’는 국내 반발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국무부 안에선 섣부른 기대보다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한다. 북·미 회담 진행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고위급 회담을 준비하는 미국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차분함(balanced)’”이라며 “회담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이 크다기보다는 실질적 비핵화 진전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중함이 지배적이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이번 회담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앞으로 대화 진전은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국무부가 지난주 북한으로부터 (방미 계획을) 전달받고 분주하게 돌아간 건 사실이지만 차분한 분위기다. 대화에 긍정적이기만 하던 지난해 말과는 기류가 확연히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16일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핵무기 해체를 위한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들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 등 언론과 각종 연구기관들에선 최근 북한의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의 위협을 집중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북한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일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김 부위원장은 18일께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 일시·장소를 포함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김 부위원장은 17일 고려항공을 이용해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 미국 국적기인 유나이티드항공 UA808 편으로 워싱턴으로 향했다. 김 부위원장은 워싱턴 방문 일정을 19일까지 2박3일로 연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통일전선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 부위원장이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과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틀 전 베이징에 도착한 실무협상가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스웨덴으로 떠나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 및 실무급 접촉이 입체적으로 진행 중임을 보여줬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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