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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이명박 시장 마지막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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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월간중앙 허의도 편집장.윤길주 차장과 인터뷰를 했다. 시장으로서는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홀가분한 표정이었고, 모든 것에 자신감이 차 있는 듯했다. 미련보다 다음 발걸음에 대한 기대가 더 커보였던 이 시장과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인터뷰 전문은 최근 발간된 월간중앙 7월호에서 볼 수 있다. 디지털뉴스

"앞으로 정치를 한다고 해도 결국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대의 목표지 다른 것이 없어요.좌우 이념을 뛰어넘어 국가의 행복,그것을 찾아 현장으로 달려갈 겁니다.경제를 살리기 위해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호흡을 함께 해 보자는 것입니다."

지난 12일 '월간중앙'과 시장으로서는 마지막 인터뷰를 한 이명박 서울시장은 '먹고사는 문제'에 방점을 찍었다.

가족과 함께 1주일을 보낸 뒤 "우리나라의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 10명도 안되는 종업원들을 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 모임에 갔다가 연말이 되면 부득이 종업원을 줄여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종업원 몇 사람 데리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직원까지 일자리가 없어져 버리는데 이런 상황을 정부가 전혀 예측을 못 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말로만 양극화지 실제 체험을 못 하는 것 같다.나는 중소기업에도 있어 보고 대기업에도 있어 봐 피부로 느낀다"며 "시장 그만두면 현장에 체험하러 가보려고 한다"고 퇴임 후 일정을 밝히기도 했다.

가시화되고 있는 대권 경쟁 구도와 관련해서 그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경제는 살리는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여권에서 나오고 있는 반 한나라당 연합전선에 대해서도 "정권도 못잡은 야당을 견제하기 위해 대연합을 형성하기보다는 정책으로 연합하는 것이 좋다"며 "조세.부동산 문제 등에서 정책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니 정책으로 승부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양극화 정책의 주요 현안으로 등장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그는 "정부가 섣불리 잘못 만졌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강남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계속 만들면서 관심이 집중됐고 강남은 어떻게 보면 주택의 원래 목적인 주거의 개념이 아니고 상품화돼 버렸다"며 "상품은 사고 파는 것이기 때문에 수요가 많아지면 값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제했다.

그는 "정부가 강남을 상품적인 것으로 정책을 만들었다"며 "세금으로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고 만일 정부가 이런 무리한 조세정책을 쓰지 않았다면 (집값이) 이렇게까지는 안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값문제의 해법으로 그는 "수요가 고급화한 만큼 정부도 그것을 만족시키는 집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강남 문제는 소득에 걸맞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해결해야 한다"며 "은평구 뉴타운은 강남 아파트보다 고급"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파트 값 오르는 것이 어디 한 가지 이유 뿐이냐"며 반문한 뒤 "종합대책을 세워야지 이 정부 사람들은 정치적 목적과 있는 사람 누르는 단순한 이념적 목적을 가지고 부동산 잡으려고 하니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지지율이 높아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대해서는 "대중성이 있고 정치인으로서 장점이 많다"고 본다며 "피습까지 당하고 그러면서도 선거에 대한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지지를 받는 것은 한나라당 전체를 상승시키는 효과라고 본다.개인적으로 경쟁자가 올라가는 것은 저한테도 자극제가 되지 않겠나 싶다"고 밝혔다.

고건 전 총리가 한나라당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이념적으로 한나라당과 비슷한 만큼 정체성 측면에서 지금으로서는 확실치 않지만 (함께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계천 복원 당시 정부와의 마찰설에 대해서는 "7월1일 기공식을 앞두고 국무회의에서 청계천 복원사업 승인에 대해 토론을 하자고 해 혼자 갔더니 여러 장관들이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라면서 청문회같았다"며 "결국 토론 끝에 대통령이 '논쟁이 심하고 반대도 많지만 서울시장 소관 업무를 시장이 하겠다니 인정해주면 어떻겠냐'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나를 도와 주기 위한 것이었을 수도 있고 다른 식으로 해석하면 어차피 안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계산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시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로 그는 '대중교통체제 개편'을 꼽았다.

"모든 언론이 한꺼번에 비판해 3일만에 사과성명을 냈다"며 "심장 약한 사람이었으면 아마 심장이 폭발했을 것"이라는 말로 당시의 어려움을 묘사했다.

그는 "일반 시민이나 외국 사람들은 청계천에 대한 반응이 좋지만 대중교통체제 개편으로 버스비를 줄일 수 있게 된 학생들이 매우 고마워한다"며 "이화여대에 강연을 갔더니 한 학생이 꽃병을 들고 와 '4년동안 대학 다니며 버스비 줄이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맙다'고 하더라"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가 "청계천.뉴타운.교통개혁 등 큰 것보다 작은 것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며 "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아이들이 분수대 물속에 들어가 뛰어다니고 부모들은 둘러앉아 아이들 노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광장에 만든 스케이트장을 보고 한 젊은 아줌마가 '서울에 살면서 처음으로 세금 내며 사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며 "참 간단한 말이지만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새삼 느꼈다"고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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