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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시장을 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제기동에서 청량리로터리쪽으로 가다보면 결혼회관·경동시장을 조금 못미쳐 아치형 간판이 걸려있는 골목이 하나 있다.
경동한약상가.
골목을 채 들어서기도 전에 코를 찔러오는 한약냄새.
골목안 좌우인도는 발디딜 틈도 없이 한약재가 담긴 거적과 깔판이 널려있으며 여기저기 상가앞에는 작두나 자동절단기로 녹용·계피등을 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여기가 바로 한약재 취급전문시장으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경동약전골목」.
부근 1만2천여평의 부지에 밀집해있는 상가는 한의원·한약국·한약수츨입상·약 달이는 집·건재약업사(도매상·산지재배인들의 외탁판매점) 등 실로 다양하다.
총 점포수는 5백여개. 이곳에서 거래되고 있는 한약재는 전국물동량 (88년 약5백억원)의 3분의1 수준.
특히 서울및 수도권일대 주민들의 한약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 전국 한약재시장에서 이곳이 차지하는 비중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 한다.
이곳에 한약재 상권이 생기게된 것은 60년대초부터. 경기·강원등지에서 약초를 캐 도시로 팔러온 뜨내기약재상들이 하나 둘 모여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교통이 편리했기 때문이죠. 당시 이곳은 부근에 청량리역·마장동터미널·성동역 (지금의 청량리 미도파백화점자리) 등이 있어 전국각지 한약재의 집산지 역할을 했던 거죠.』
장윤식씨 (경동한약동우회장) 의 말이다.
60년대초 20여개에 불과하던 상가들이 지금은 5백여개나 밀집, 대형상권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땅값도 비싸졌다고 한다. 『목이 좋은 상점은 평당 1천2백만원씩에 팔리기도 한다』고 골목입구의 한 한의원종업원이 귀띔해준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한약재는 모두 6백여종에 달한다.
이를 크게 나누면 식물성·동물성·광물성·동물성부산물등으로 구분된다.
식물성약재는 감초·계피·구기자·오미자등 일반인에도 낯익은 약초, 당귀·천궁·백출등 이름도 생소한 약초를 비롯, 아생·특수재배 약초들로 거래 약재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동물성은 지렁이·굼벵이·뱀·지네등이 약재로 쓰이며 우황·녹용·녹각·사향·물소뿔등은 동물성부산물로 취급, 고급한약재로 사용된다.
이들 약재는 강원의 춘천·화천·인제, 경북 안동·의성, 지리산, 전남 순천·구례, 충남 서산·당률, 제주등 각지에서 몰려든다.
일단 이곳에 집결된 한약재는 서울종로등 수도권일대의 한의원·한약국과 수요에 따라 전국 각지로 다시 팔려 나간다.
산지에서 직송되기 때문에 중간유통과정이 생략, 이곳에서 소비자들이 약재를 살 경우 시중 한약국보다 30∼40% 싸다고 이곳 상인들은 설명한다.
국내판매뿐 아니라 일본·대만·홍콩등지로 수출도 하는데 80% 이상이 일본으로 나간다고 한다. 주수출품은 인삼·은행잎·오배자등.
특히 식물성 약재인 시호는 해열제로 감기약제조에 필수적인데 그 대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된다.
그러나 국내제조 감기약은 이 시호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넣을수 없다고 한다.
경동 한약상가에는 수입품도 적지않다. 이곳 거래량의 65%정도가 수입품이며 녹용·녹각·사향·우황등 동물성 부산물의 대부분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것이다.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인삼의 경우는 건강식품으로 취급, 경동시장내의 인삼도매센터에서 주로 판매되고있다.
지난 83년 문을 연 인삼도매센터에는 6백여평 규모에 1백여개 점포가 밀집, 인삼이외의 꿀·율무등 건강식품도 함께 취급하고 있다.
경동한약상가에서는 난립한 점포들의 유통·가격질서 확립을 위해 매월 1일 한약시세표를 내고 있다.
또 소비자고발센터인 자율정화선도위원회 ((967)8400) 도 설치, 소비자들의 부당한 피해 고발도 받고 있다.
신흥한의원의 한 한의사는 『소비자들이 이곳을 이용하려면 질병의 진료나 치료가 목적인 경우는 한의원, 그리고 처방전에 따라 약재를 구입하려면 한약국을 찾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다.
또 소비자들이 한약국을 찾아 미리 어떤 약을 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진찰을 거쳐 자기 체질에 맞는 약재를 써야 사용후의 부작용을 막을수 있다고 이곳 한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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