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했던 국회 "역시…"|김진국<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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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가 어쩐지 처음부터 신통치 못하다. 이번 국회에서는 아직도 매듭이 보이지 않는 5공·광주문제, 혼돈과 대립을 가져온 통일·이념문제, 중산층에 마저 절망감을 주고 있는 주택문제, 물가고,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통상마찰…, 산적한 현안들을 놓고 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들을 품어 왔다.
그러나 대정부 질문이 시작된 10일 국회 본회의의 양상을 보면 여당은 이 기회를 여소의 한물이에, 야당은 책임회피와 국면전환에만 몰두했다. 야당은 공격, 여당은 방어를 했던 과거와는 다른 묘한 변화를 보여줬다.
여당의원은 최근의 분위기에 편승해 야당의 약점을 끄집어내 부각시키는데 주력하는 듯했다.
임시국회를 앞둔 의원세미나에서 모의원이 『야당이 문목사의 방북을 사전에 알지 않았느냐고 따지면 양김씨 문제로 고춧가루를 뿌려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한 제의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는 야당의원 역시 결론없는 정부·여당 성토로 목소리만 돋웠다. H의원은 보충질문을 30분 가까이 하고는 『곧 물러갈 사람들인데 답변은 들으나 마나』 라며 답변도 거절(?)해 성토성 융변이었음을 시인했다.
정부의 답변도 진지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신문지상을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상의 아무런 구체적 대안도, 설명도 없었다. 오히려 의원에게 훈계하고 약점을 찌르는 공격적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이렇게 평행선을 달리는 여야의 주장들이 단순한 시각차만은 아닌것 같다.
분풀이에 가까운 그런 말의 공방을 듣고 있노라면 정치의 국회수렴이라는 개원초의 약속들은 이미 실종된 듯하다.
야당의 실수를 기회삼아 공권력만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정부·여당의 경색된 자세가 정국운영에,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결책 하나 내놓지 않고 지난날과 똑같이 「탄압」 운운하며 비난만 퍼붓는 야당의 태도는 문제인식능력에 허점이 있음을 드러내는게 아닐까.
산적한 난제에도 불구하고 접점없이 헛돌고 있는 국회를 보면 지난 1년간 어렵게 세워놓은 국회의 위상이 여권의 경화와 야권의 못난 행위로 또다시 흔들리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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