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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교훈」 말하는 서강대 박홍 총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동의대사태를 계기로 우리사회에 만연돼 온 폭력문화가 영원히 추방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던진 화염병·신나 세례에 불타 숨진 경찰관 6명의 합동 장례식을 보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는 박홍 서강대총장은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화염병 추방을 호소했다.
『80년대의 독재정권이 최루탄 문화-화염병문화의 대립구조를 만들었지만 온 국민이 민주화를 열망하는 이젠 폭력은 또다른 폭력을 낳는 악순환을 되풀이 할 뿐이라는 것을 학생들은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6명의 젊은 경관 죽음 앞엔 어떤 주의·주장도 정당화될 수 없어요.』
「생명의 존엄성」과 「폭력의 야만성」을 강조하는 박총장은 자신이 폭력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80년 서강대교수로 재직중 광주항쟁의 배후주모자로 몰려 공안합동수사본부에 끌려가 2주간 모진 고초를 당했고 풀려난 뒤에도 고문후유증과 『이유없이 당했다』는 분한 마음에 실명위기까지 처했다고 한다.「보복하겠다」는 인간적 본능과 「용서해야한다」는 종교적 당위 사이에서 갈등의 나날을 보내던 박총장은 손수 나무를 갈라 투박하고 작은 십자가를 만들였고, 그 십자가는 지금도 총장실에 걸려있어 박총장의 인간적 고뇌와 「비폭력 평화주의」에의 굳은 신념을 상징하고 있다.
『폭력에 또다른 폭력으로 맞서는 것은 비록 「자구책」이더라도 잘못된 유혹이며 목적과 함께 방법상의 선택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박총장은 전대협이 이번에 「화염병없는 비폭력 평화시의」를 결정한 것은 「위대한 결단」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취임직후인 3월 등록금인상문제로 학생들이 총장실 점거농성을 벌이는 등 많은 수난을 겪었으나 한달여간에 걸친 대화로 문제를 수습했던 박총장은 『사회 각계각층의 욕구가 폭발하는 과도기적 현재상황에선 특히 평화적이고 이성적인 시위문화의 정착이 중요하다』며 『젊은이들이 죽음으로 남긴 교훈을 학생들은 켤코 잊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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