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비율 8% 넘는데 매각 정황 납득 안 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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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복동(사진)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19일 "(제대로 산정했다면) 2003년 말 기준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은 8% 이상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적용된 BIS 비율은 6.16%였다. 그만큼 헐값에 매각됐다는 뜻이다.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제대로 했다면 외환은행을 얼마 더 받고 팔 수 있었나.

"매각 가격은 당사자 간 협상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매도자라면 가장 높은 가격을 들고 협상에 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점은 지적할 수 있다."(※외환은행은 삼일회계법인이 제시한 세 가지 순자산 평가안 중 가장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안은 무시했다. 오히려 두 번째 안에 2533억원의 부실을 추가해 협상용으로 사용했다.)

-왜 부실 규모를 늘려서 협상에 임했나.

"매각 실무를 맡았던 외환은행 전용준 전 상무는 가능성이 있는 부실은 모두 다 떨어내는 '클린 뱅크' 수준에 맞춰 자산 가치를 평가하려 하다 보니 부실 규모가 늘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이해하기 힘든 일을 하게 된 동기는.

"강제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밝혀내지 못했다. 론스타로부터 대가를 받았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동기나 정황에 납득 가지 않는 측면이 있어서 검찰에 자료 일체를 전달하는 것이다."

-7월 15일 관계기관 회의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했다. 대통령에 보고됐나.

"변 전 국장의 요청에 의해 참석한 것이고, 단순한 모니터링 차원에서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행정관은 권오규 전 정책수석에게 회의에 갔다왔다는 보고는 했다. 권 전 수석은 수석보좌관 회의나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보고하지 않았다. 당시 정책실은 부처 간 이견이 있는 사안에만 관여했는데, 이 사안은 부처 간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관리 감독의 최종 책임자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냐.

"감사원 조사에선 변 전 국장 외에 더 이상 밝혀낸 것은 없다. 그러나 검찰에서 추가 조사할 것이다."

-외환은행과 론스타의 인수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나.

"론스타의 기망 행위가 발견되지 않아 현 시점에서 취소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최종 판단은 검찰 수사가 종결된 뒤 할 예정이다." (※론스타의 불법이 드러나지 않는 한 계약은 취소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로선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문제가 없다.)

김영훈 기자

◆ BIS 비율=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이 정한 위험자산(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비율. 국제결제은행은 1988년 은행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최소 8% 이상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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