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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98 쓰시는 분들 해킹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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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월 1일 0시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 PC 운영체제(OS) 혼란이 우려된다. '윈도98'(윈도98 SE, 윈도ME 포함)을 OS로 쓰는 PC는 보안 사각지대에 놓이기 때문이다. 윈도98을 개발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보안기능 향상프로그램(업그레이드 패치) 등 윈도98에 대한 모든 기술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지난해 9월 발표했다. 이들 PC는 수시로 발생하는 해킹이나 컴퓨터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 된다. 앞으로 10일밖에 남지 않았다.

◆ 10대 중 1대는 윈도98 PC=정보통신부는 국내에 윈도98을 단 PC는 전체의 7.4%인 200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는 PC 10대 중 한 대가 윈도98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돈이 들기 때문에 '윈도2000' '윈도XP' 등 새로운 운영체제로 바꾸지 못한 저소득층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이 많이 쓴다.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나 일선 교육기관, 의료기관(약국 등)의 구형 PC에 윈도98이 탑재된 경우도 많다. 따라서 공공 정보는 물론 학생부 자료, 개인 병력 정보 등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연구소 시큐리티대응센터 강은성 상무는 "윈도98의 보안서비스가 중단되면 사용자의 컴퓨터가 악성코드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윈도98 사용자들은 "2003년 판매를 중단한 지 3년도 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 기술 지원을 포기하는 것은 독점 기업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낡은 제품의 지원 비용을 아끼고 새 제품을 더 팔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가톨릭대 서효중(전자공학과) 교수는 "MS가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아 자체적으로 윈도98의 기술보안을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MS 측은 "2003년 단종된 제품을 더 이상 지원하기는 어렵다"며 "기술적으로도 윈도98을 자꾸 고치면 최신 운영체제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들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국MS는 자체 조사결과 국내에서 윈도98의 비중이 최근 2% 정도까지 줄어 기술지원을 중단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온라인 보안 '구멍' 뚫릴 가능성=윈도98을 많이 쓰는 학교.공공기관.약국 등이 골치다. 이들 기관은 운영체제(OS)뿐 아니라 컴퓨터를 새로 사야 할 판이지만,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행정자치부의 지난해 말 조사에 따르면 중앙부처와 광역 시.도 단위의 공공기관용 PC는 24만 대. 이 중 주로 윈도98을 쓰는 펜티엄II급은 전체의 10%(2만3600대). 행자부 측은 "우리는 실태조사만 할 뿐 관련 기관의 컴퓨터 예산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선 학교는 더 심각하다. 전북교육청이 올 1월 관내 768개 초.중.고교의 컴퓨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PC의 27%가 윈도98을 쓰고 있다. 이를 모두 교체하려면 70억원이 들지만 도교육청의 올해 컴퓨터 예산은 4억원에 불과하다. 전주 A고교는 전체 PC(400여 대) 중 10%가 윈도98을 쓴다. 이 학교 구모 교사는 "예산이 부족해 컴퓨터 교체는 꿈도 못 꾼다"며 "기술지원이 중단되면 이들 PC는 세워놓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환자의 개인 병력을 다루는 약국도 마찬가지다. 대한약사회가 지난해 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약국의 20%가 윈도98 PC다. 게임업계도 비상이다. NHN 전상훈 보안팀장은 "한게임 하루 이용자(300만 명)의 5%(15만 명)가 윈도98을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게임 PC망이 뚫리면 올해 초 '리니지 사태'처럼 이용자의 게임 계정이 해킹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미봉책에 머무른 정부 대책=정통부는 이달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백신 프로그램을 배포할 계획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김우한 본부장은 "정부가 나서게 된 것은 윈도98을 사용하는 계층이 빈곤층과 노인층 등 소외계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책은 윈도98의 소스코드를 지원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배포하겠다는 백신은 그동안 MS가 지원했던 '보안패치'(소스코드에 직접 문제가 되는 기능을 보강하는 작업)와 차원이 다른 것으로 그때그때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들이 돈을 주고 윈도98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홍주연.김창우.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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