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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저널리즘의 정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학신문은 대학 저널리즘의 중심매체다. 신문이라는 점에서 뉴스 전달이라는 일반적 기능을 갖지만 대학이라는 특수사회 영역내의 매체라는 점에서 일반 신문과 다른 고유기능을 갖는다.
대학신문은 학문연구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연구 활동과 성과의 보도를 무게 있게 다루면서 내외의 학술정보와 사조를 소개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이런 활동은 어디까지나 대학교육의 연장선 위에서 대학교수의 지도 아래 수행돼야 한다.
더구나 대학은 그 어원인 유니버스(universe)라는 말의 뜻에서 성격을 찾아야 한다. 유니버스란 우주·세계라는 구체성과 일반성·종합성·보편성이라는 뜻을 아울러 갖는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 편향이 아니라 균형의 강조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대학신문들은 이런 본래의 위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우선 그것은 대학당국의 방침과 교수의 지도를 벗어나 제작됨으로써 지도체계나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크게 일탈돼 있었다.
대학신문은 총·학장을 발행인, 지도교수를 주간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기사는 학생들이 작성하고 편집하되 대학의 방침과 지도를 따르게 돼있다.
그럼에도 최근 여러 대학신문 기자들이 학교지도를 사전 검열 또는 언론 침해라고 반발하며 태업하는 바람에 신문이 제때에 나오지 못하거나 학생들만의 생각으로 제작돼 왔다.
또 대학신문은 학문과 보편성이라는 대학 본연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운동권 학생들에 장악되어 대학 기관지의 성격을 떠나 운동권의 대변지로 봉사해 왔다. 그 때문에 반지성적·비교육적 선전이나 인기영합의 마르크스주의 논리까지 서슴없이 등장했다.
지면 곳곳에는 적이니, 타도니 하는 전투적 표현이 범람해 어느 대학신문 1면 머릿기사는 『메이데이 총궐기로 진군하자』는 제의에 동맹휴업을 선동하고 있었다.
또 다른 신문은『굳건한 노학 연대로 승리를!』『가라 자본가세상, 쟁취하자 노동자 해방』이라는 문구로 덮여 있었다. 심지어 김일성 우상화 논리에까지 동조하고 있다.
이런 대학신문의 탈선과 과오를 시정키 위해 정부는 지금까지의 방임주의를 버리고 엄벌주의로 돌아선 듯 하다. 최근 문교부는 대학총·학장회의에서 대학신문의 발행·편집·운영을 학생들에게 넘기도록 지시했다. 한 대학 한 신문으로 돼있는 지금의 체제도 바꿔 다원화할 모양이다. 이와 함께 대학신문의 탈선과 위법을 엄단할 방침이다.
정부의 현실화조치가 지금의 상황에서 불가피한 일일지 모르나 거기에도 문제점이 있다.
대학신문의 전권을 학생들에게 일임하거나 캠퍼스 매체의 다원화는 아직 시기상조다. 신문엔 경영문제가 따른다. 대학신문의 난립은 학내 질서를 어지렵혀 오히려 대학 저널리즘의 발전이 저해될지 모른다.
지금 대학신문의 당면과제는 본 내위상의 회복이다. 일부 학생의 반지성적 전횡으로부터 벗어나 교수 지도아래 보편성을 바탕으로 하는 대학이념과 대학정신에 충실하도록 방향을 잡아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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