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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백지영 … 다시 웃는 데 1, 2, 3, 4, 5 … 6년 걸렸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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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한번 바닥으로 추락한 뒤 다시 정상에 오르려면 그 몇백 배쯤 되는 노력과 용기가 필요할 터. 이미지로 먹고사는 스타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곤 한다. 6년 전 백지영(30)이 그랬다. 2003년 4집 'Smile'을 들고 나왔지만 웃지 못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5집 'Smile Again'을 발표했다. 이번엔 활짝 웃었다.

작곡가 박근태에게 받은 발라드곡 '사랑 안해'는 각종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대시''선택''새드 살사' 등의 노래와 춤으로 각인돼 있던 댄스퀸 이미지는 이제 '호소력 있는 가수'로 바뀌었다.

"기분 좋죠. 같이 준비했던 분들도 다들 못내 불안했을 텐데…."

5집은 간신히 나왔다. 이전 소속사가 흔들거리는 바람에 앨범도 못 낼 뻔했다가 가까스로 워너뮤직과 계약을 했다. 공교롭게도 백지영의 일을 봐주는 이들도 한때 둥지를 잃은 적이 있다. 휘성.빅마마.거미 등을 거느리며 최고의 레이블로 떠올랐던 엠보트가 내부 사정으로 와해 지경에 이르면서 직원들이 워너뮤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하도 어렵게 나와 이번 앨범은 다음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생각하자며 서로를 다독였죠."

판매량엔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곡에 대한 확신은 강했다.

"완성도 높은 곡에 제 노력을 조금 첨가한 정도예요. 그래서 오히려 두려웠어요. 곡은 좋은데 노래를 못했다는 말을 들을까 봐…."

'사랑 안해' 한 곡을 완성하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 녹음 전에도 트레이닝, 녹음하면서도 트레이닝, 녹음을 수정하면서 또 트레이닝을 받았다. 열흘쯤 아예 말을 못할 정도로 목이 상하기도 했다. 보다 못한 박근태가 성대 결절 수술을 하자고 했다. 허스키한 목소리도 좋지만 목 건강이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완강히 거부했다.

"수술 직후엔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된대요. 저랑 안 어울리죠?"

허스키한 목소리는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동시에 상처 입은 성대의 울부짖음이었다.

"담배 안 피우고 버틴 지 3일째예요. 술은 거의 안 마시지만, 담배보다 성대에 더 안 좋대서 끊어 보려고요. 그런데 이런(술.담배를 한다는) 말씀 드려도 되나…. 거짓말하긴 싫으니까 걸러서 써주세요."

그는 지나치게 말이 많은 남자, 내숭이 심한 여자를 싫어한다. 허풍이든 내숭이든 일종의 '거짓'이라 생각해서다.

"연예인의 포장된 이미지만 보고 신비감을 갖는 분들이 많아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실망하기도 하고…. 포장된 것만이 진실은 아니잖아요. 기대하지 않았던 실망스러운 모습이 제 진실일 수도 있지요."

그래서 그의 미니홈피 문패는 '사람들은 가끔 진실에 실망하고 거짓에 열광한다'다. 활동을 쉬고 있던 2004년, 포장되지 않은 자신을 내보이는 '싸이질'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그의 곁에서 힘을 준 친구들과 애완견 사진을 올렸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키웠어요. 치와와인 줄 알고 속아 산 똥개 순돌이는 하늘나라로 갔고, 덩치가 사람만 하던 가오는 다섯 살이던 지난해 7월 하늘나라로 갔어요. 가족만큼 소중한 친구를 잃는 기분이라니. 어디 한쪽이 떨어져 나간 것 같은…."

별안간 고개 숙인 그녀의 눈에선 닭똥 같은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현실에선 강한 편인데 강아지 생각만 하면…."

강하다고 했지만 여렸다. 그는 낯선 방문객들이 방명록에 남긴 글에 한동안 일일이 답글을 달았다. 누구는 달아주고 누구는 내버려두면 상처받을까 봐 걱정됐단다. 백지영은 자칭 '소심한 A형'이다. 소심한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 건 1집부터 안무를 맡았던 안무가 홍영주다. 백지영은 얼마 전 방송에 출연해 홍영주를 "세상 사람들 누구도 만나는 게 두렵고 싫어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때 나를 밖으로 끌어내 아픔을 극복하게 해 준 사람"이라 소개했다. 후속곡 'EZ do Dance'의 안무도 "이제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된 홍영주 작품이다.

"요즘 말로 다 못할 정도로 좋아요. 하지만 이제 겨우 '도움닫기'를 하는 중이라 생각해요. 잘되는 시기를 잘 넘기기가 더 어렵잖아요. 좀 더 절제하고 노력해서 다시 한번 웃어야죠."

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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