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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관리 가뭄 끝에 홍수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가능한한 큰 기복이 없어야할 통화관리가 돈의 가뭄 아니면 홍수식의 「난폭운전」을 하고 있다.
운전을 하면서 여러가지 상황을 다 보아야만 하는데 「총통화 증가율」이라는 신호등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가고있기 때문이다.
6일 한은이 발표한 올1∼4월중의 통화동향을 보면 그같은 「운전미숙」이 대번에 들어난다.
4월말의 총통화(M2) 잔액은 47조6천29억원으로 총통화증가율은 1년전비 19·2%를 기록했다.
올 연간 총통화증가율 목표를 18%선으로 잡고 있는 통화당국은 이를 두고, 노사분규와 부가세납부등으로 모든 기업이 큰 돈가뭄을 겪었던 4월중 「신축적」인 통화운용을 한 결과라고 밝히고있다.
그러나 4월말의 총통화잔액은 지난해말의 총통화잔액에 비해 1조3천3백59억원이 줄어들어있는 숫자다.
「신축적 통화공급」이라는 말과는 달리, 통화당국은 올들어 매달평균 3천3백4O억원씩 시중 돈의 양을 계속 조여왔다는 얘기다.
4월말까지가 아니라 올 연간 전체의 통화운용을 놓고보면 그같은 「운전미숙」은 더욱 심각한 양태로 나타난다.
올 연간 통화운용목표 18%를 지킨다고 할때 올한해공급할수 있는 돈의 양은 8조8천90억원(총통화 말잔기준)이다.
그런데 1∼4월간 1조3천3백59억원을 이미 거두어놓았으므로 5∼12월간 풀수있는 돈은 무려 10조1천4백50억원, 한달평균 1조2천6백80억원씩이나 된다.
연간 통화공급의 수위를 계절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물 때 수위를 더 내려놓았다가 홍수때 댐의 문을 한꺼번에 열어제끼는 식이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한해 전체의 통화공급을 10으로 할때 상반기와 하반기의 통화공급은 3대7, 또는 4대6으로 배분되는 것이 정상적이다.
하반기에는, 추석과 연말자금수요등으로 인해 그만큼 돈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5∼6월 두달동안 1조3천억원이상의 총통화를 풀수는 없을 터이므로, 결국 상반기와 하반기의 통화공급이 3대7이나 4대6정도가 아니라 아예 「마이너스」 대 「플러스」의는단적인 불균형을 피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같은 「난폭운전」이 바로 1년전에 비해 18%다, 20% 다하는 총통화증가율 지키기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4월 총통화증가율의 기준이 되는 지난해 4월의 총통화잔액은 이례적으로 낮았었고, 또 그때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다.
즉, 87년말의 대통령선거때 한결 느슨해졌었던 통화관리의 고삐를 죄어잡기 위해 88년 들자마자 1∼3월간 대규모로 통화채권을 발행한데다 4월에는 은행의 유상증자(1조1천5백억원)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그같은 특수상황에 있었던 지난해 1∼4월의 총통화잔액에다 자(척)를 대놓고 수위를 가리키는 눈금만 들여다보고 있었으니, 증가율로 보면 「신축적」인 통화공급이 이뤄진 것 같지만 사실상은 시중의 돈을 대규모로 거두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87년 대통령 선거때의 방만한 통화운용이 햇수로 이태째를 넘긴 올해 들어서도 경제전체에 큰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 연말에도 금리자유화에따른 부작용을 막기위해 방만한 통화관리를 했고 새해들어 풀린 자금을 거두어들일 필요가 생긴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통화당국의 그같은 난폭운전으로 기업에 엉뚱한 피해가 생기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 수출부진과 노사분규에 시달리는 대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으로 부도직전에 가 있을뿐아니라 금리상승으로 엄청난 금융비용부담까지 안게된 작금의 상황에 통화당국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실제로 4욀중의 통안증권수익률은 평균 16·04%, 회사채 수익률은 평균 14·45%를 기록해 매우 높은 수준에 가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총통화 증가율보다 훨씬 의미가 있는 지표인 것이다.
어차피 「상반기 마이너스, 하반기 플러스」의 극단적 통화공급패턴이 불가피해진 지금, 통화당국은 이체라도 지난해말 금리자유화 시행 때 밝혔던 「금리위주의 통화관리」로 전환해야만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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