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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밥 벌어먹고 사는데”…'카카오 카풀 반대' 분신 택시기사 빈소 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오후 6시쯤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변에서 일어난 택시 화재 모습(왼쪽)과 여의도 국회 앞에 설치된 '분신 택시기사' 고 임모씨의 분향소(오른쪽) [연합뉴스]

9일 오후 6시쯤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변에서 일어난 택시 화재 모습(왼쪽)과 여의도 국회 앞에 설치된 '분신 택시기사' 고 임모씨의 분향소(오른쪽) [연합뉴스]

카카오 카풀 시행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진 개인택시 기사 임모(64)씨의 빈소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설치됐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고인이 치료받다 숨진 여의도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오늘 아침 빈소가 마련됐다”며 “장례위원들도 지정돼 구체적인 장례 절차 진행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개 단체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오전부터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 임씨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비대위는 장례를 '택시단체장' 7일장으로 치를 계획이다.

임씨는 지난 9일 오후 6시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에 세워둔 자신의 택시 안에서 분신했다. 불은 시민들과 의경,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6분 만에 진화됐지만, 그는 온몸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그는 10일 오전 5시 50분쯤 결국 사망했다.

택시 단체 비대위는 당일 오후 2시 임씨가 남긴 자필 유서와 육성 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임씨는 육성 유서 파일에서 “국민하고 소통 안 되는 게 웬 말이냐. 소상공인 다 죽이고 자영업자 다 죽이고 경제는 다 망그러지고 60대의 주축으로 이루어진 택시기사들은 또 어디로 가란 말이냐”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 죽고 나면 대리기사들마저 죽을 것이다. 당신들의 돈줄인지 모르겠지만, 카카오톡이 하는 일 잘 살펴보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택시와 상생하자는 카카오톡 지금에 와서는 콜비도 받아 챙기고 심지어 카드까지, 또 대리기사들 건당 요금의 20%까지 챙겨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신히 밥 벌어 먹고사는 택시기사들마저 죽이려고 하는가. 이것을 문재인 정부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임씨 육성이 담긴 유서 파일은 택시 화재 사건 2시간 전인 9일 오후 4시쯤 여의도 카풀반대 농성장 천막으로 배달된 검은색 가방에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총 5분 분량의 육성 유서 파일 가운데 개인적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2분 분량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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