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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부유층 초호화판 어린이날 선물·잔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어린이날을 겨냥한 호화판 호텔뷔페와 연예인 쇼, 수십만원대의 장난감들이 성행해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주고 있다.
어린이들의 진정한 즐거움을 헤아리지 못하고 사치스런 물질공세로 사랑을 전했다고 착각하는 부모들과 몰지각한 상혼들이 티 없이 맑아야할 동심을 흐려놓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판매촉진에 가장 열을 올리는 곳의 하나는 호텔업계.
하이야트 리전시·롯데·앰배서더·라마다 르네상스·스위스 그랜드호텔 등이 마련하고 있는 어린이행사는 대부분 뷔페식 음식과 함께 각종 오락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1인당 평균 1만2천∼1만9천원을 받고있다.
이들 중 몇몇의 호텔들은 호화스러운 음식은 물론이고 개그맨과 연예인을 출연시키고 있으며 무용단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로봇춤 등을 추게 하고 있다.
일부 호텔들은 어린이들을 유혹하는 어린이용 전단을 배부하고 있으며 경품과 행운권추첨 등으로 어린이의 요행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사기세일」로 고역을 치른 백화점업계는 예년에 비해 주춤한 상태지만 세계완구전시회 등을 열어 비싼 외국장난감을 무더기로 판매하고 있다.
일부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미국산 플래스틱계열 소재의 놀이기구값은 놀이집 24만7천원, 모래상자 12만원, 람보 자동차 29만7천원, 통나무집이 48만원 정도.
또 일본산 원격조종자동차장난감이 33만원, 연료를 주입해 엔진을 가동케 하는 글라이더가 50만∼1백20만원을 호가할 정도. 백화점의 한 종업원은 『33만원짜리 장난감자동차를 3월에만 10여대나 팔았다』고 전한다.
이 같은 소비 및 사치일변도의 경향에 대해 동국대 김병옥 교수(교육학·교육대학원 원장)는 『자기 일로 바빴던 부모들일수록 평소의 무관심에 대한 미안함을 물질충족을 통해 풀어 보상받으려는 심리를 갖고 있다』고 전제한 후 『국민학교 정도의 어린이들은 인간관계의 새로운 애정에 눈뜨며 그로부터 큰 기쁨을 얻는 만큼 자선단체나 고아원 등에 데리고 가 함께 정을 나누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을 대하게 하고 부모가 열심히 일하는 직장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라고 귀띔한다.
한편 국민학교 4, 5학년 남매를 둔 김미선씨(38·서울 역삼동)는 『어린이날이 끝나면 호텔 등의 호화프로그램에 다녀온 아이들이 자랑을 해 가보지 않은 우리 애들이 늘 불평을 털어놓는다』며 이 같은 풍토의 개선이 아쉽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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