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주범은 「부동산 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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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성민우회」 토론회>
국민을 불안으로까지 몰고 있는 최근 물가상승의 주범은 「임금인상」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며 임금인상률이 물가오름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봉급생활자 생활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한국여성민우회가 최근 서울종로성당 강당에서 개최한 「심각한 물가상승, 주범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공개토론회에서 모아진 결론이다.
봉급생활자인 남편의 월급으로 국교·중학생인 자녀 3명등 5인 가족이 살아가고 있다는 권영식씨(40·주부)는 『보름 전에도 참치캔이 8백60원에서 9백50원으로, 계란이 10개의 6백원에서 9백원으로 올랐다면서 『한 근에 4천원하던 쇠고기가 6천3백원으로 올라 고깃국을 끓여 먹은 것도 지난 2월 10일 큰애 생일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리차(1되 4백원→5백원)·수세미(1개 90원→1백50원)·육성회비국교 1년분 6천8백70원→9천6백원)등 안 오른 것이 없으며 특히 주거비는 하루가 다르게 폭등, 계산할 수도 없을 지경』이라고 위기감을 표현.
서영권씨(금속노조 서울 구로·영등포지역 사무장)는 『50만원 보증금에 6만원하던 월세방이 금년에는 7만원으로 오른 데다 각종 생필품가격이 뛰어올라 작년 9월 하루평균 5백원의 임금인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금껏 부어왔던 월 10만5천원의 적금마저 해약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경제기획원 물가정책국 총괄과 김학정 사무관은 『금년 4월 물가는 전년말대비 도매 0.4%, 소비자 1.6% 상승으로 최근 3년간 가장 안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의 물가불안심리는 국제수지 흑자로 풀린 돈이 부동산투기에 쏠린 것과 일부 국민들의 과소비 풍조 때문』이라고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주장을 했다.
서울시립대 이근식 교수(경제학)는 ▲임금상승이 생산성 상승보다 낮고 ▲임금이 제조원가나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극히 작으며 ▲임금과는 달리 물가는 수시 상승한다는 점을 들어 최근의 인플레는 「임금인상」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중심으로 한 투기성 소득 때문으로 진단하고 금융실명제의 조속실현을 주장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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