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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종이 사전 만들던 열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18호 21면

[책 속으로] 사계절's pick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정철 지음

최초의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조선어학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말모이’가 지난 9일 개봉했다. 사전에 관한 책을 몇 권 만든 사람으로서 이 영화가 사전 제작 과정과 기이한 열정으로 그 일에 달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하다.

지난 3년간 매년 한 권씩 사전에 관한 책을 만들었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사전 서비스를 기획하던 정철 작가와 의기투합하여 인터넷 검색에 밀려 종이사전이 몰락하고 웹사전이 등장하는 변화를 기록해보기로 했다. 그 가운데 한 권이 바로 ‘말모이’의 주인공들과 같은 사전 편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이다.

저자는 자신의 선배들, 즉 웹사전의 바탕이 된 종이사전 편찬자 다섯 명을 만났다. 사전의 전성기 때조차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이들이 그렇게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것이, 또 사전 편찬이라는 고도의 지적 기술을 우리가 영영 잃어버리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가 만난 이들은 시대적으로는 1930년대 조선어학회부터 현재까지, 분야로는 백과사전에서 한국어 및 외국어 사전까지, 편찬 주체로는 학회와 대학, 출판사를 아우르는 현대 한국 사전의 역사 거의 전 범위를 포괄한다. 서로 다른 시대적 배경이 낳은 웹사전 기획자와 종이사전 편찬자의 미묘한 입장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사전에 대한 수줍고도 뜨거운 애정을 엿보는 것이 이 책의 백미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나는 사전 편찬자들의 확성기가 되어보기로 했다”며 더 이상 사전을 만들지도, 갱신하지도 않는 시대에 영영 들을 수 없게 된 사전 편찬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 ‘말모이’를 만든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마음을 발견해 반갑다.

이진 사계절출판사 인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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