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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 … 슛…" 하얗게 지샌 16강 기원의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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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선 밤샘 응원=거리응원의 '성지(聖地)'인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8만여 명)과 세종로(10만여 명)에 모인 시민들은 경기 내내 열광적으로 '오 필승 코리아' '16강 16강' 등의 구호를 외치며 태극전사의 선전을 기원했다. 한국 선수들이 프랑스 문전을 향해 치고 들어갈 때면 어김없이 '슛' '골'을 외쳐댔다. 전반 9분 프랑스 앙리에게 선취골을 내주자 거리엔 잠시 적막이 흘렀지만 시민들은 곧 토고전 역전승의 기억을 떠올리며 주눅 들지 않고 더 큰 함성을 토해냈다.

회사원 유해윤(37)씨는 "후반전엔 반드시 동점골을 넣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먹을 쥐었다. 토고전에 이어 두 번째 거리응원에 나섰다는 뉴질랜드인 벤저민(33.영어강사)도 "한국팀은 강팀에 강하다고 얘길 들었다. 이대로 끝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시청 앞과 세종로는 18일 오후부터 붉은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로 북적대기 시작해 오후 8시쯤엔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 이들은 도깨비 뿔과 태극기, 삼지창 등 응원도구에다 모포.생수.간식거리 등도 챙겨와 밤샘 응원에 대비했다.세종로 사거리는 새벽 3시쯤 시민들이 도로로 밀려 내려오면서 교통이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거리응원단은 10, 20대가 많았지만 가족들과 함께 나온 30, 40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거리응원 장소 인근 술집과 음식점은 새벽에 몰리는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찰은 의경 25개 중대 3000여 명을 배치해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오후 9시부터 입장객을 받은 서울 상암경기장도 새벽 3시쯤 6만 명의 좌석이 꽉 차 붉은 바다를 이뤘다. 응원단은 '승리하라 필승 대한민국'의 구호가 적힌 카드 섹션을 벌이며 대표팀을 성원했다. 가족과 함께 나온 주부 김주미(37.여)씨는 "승패를 떠나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것을 보는 자체가 너무나 즐겁다"고 말했다. 교복 차림의 학생도 많았다. 친구 3명과 경기장을 찾은 고3 주모(17)양은 "하루 공부 더하는 것보다 스트레스 푸는 게 더 낫다"며 "경기 끝나고 바로 등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히 불 밝힌 아파트.주택가=서울 잠실.목동.상계동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새벽 4시 경기가 시작될 무렵 대부분의 집에 불이 들어와 불야성을 이뤘다. 전반 36분 조재진 선수가 아깝게 문전 기회를 놓치자 아파트 단지 전체가 떠들썩한 탄성에 휩싸이기도 했다.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5만여 명), 대구 두류공원 야구장(3만여 명), 인천 문학경기장(3만여 명), 광주 월드컵경기장(2만여 명), 울산 문수경기장(2만여 명) 등 지방에서도 시민들이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파도타기 등을 하며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 북부지역에선 군부대가 사병들의 TV 시청을 위해 취침시간을 두 시간 앞당겨 오후 8시부터 취침에 들어가기도 했다.

정강현.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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