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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세로주름에 깜짝, 족발·돼지껍질 챙겨 먹어야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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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5)

‘아니, 이게 뭐야?’ 전날 밤 한참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든 건 맞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했다. 세로 주름이라니! 뺨 위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길게 주름이 파여 있었다. 생활습관에 영향을 받는 가로 주름과 비교하면, 세로 주름은 노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팔자주름처럼 말이다.

스스로 차오르고 지탱하는 피부의 자생능력이 떨어졌다는 신호다. 미지근한 물로 세수하고 보습과 탄력에 좋다는 크림을 잔뜩 바르면서 ‘올해부터는 정말 신경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명색이 여성 잡지 편집장이었기에 피부 노화의 진행 과정을 모르지 않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이제 공짜로 얻는 것은 없다. 2라운드 뷰티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다. [사진 pxhere]

이제 공짜로 얻는 것은 없다. 2라운드 뷰티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다. [사진 pxhere]

‘자연스러운 게 나다운 것’이란 생각에 뷰티에 대해 유난한 관심을 지양했고, 토너-세럼-크림 3단계의 미니멀한 뷰티 습관을 20대부터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때야’. 그날 아침 내 얼굴은 그렇게 경고를 보냈다.

며칠 뒤 뷰티 칼럼니스트인 후배를 만나 차 한잔을 하게 되었다. 『코스모폴리탄』의 뷰티 디렉터로 오랫동안 함께 근무했었고, 지금은 방송과 강연 등 뷰티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친구다. 자신이 추구하는 뷰티 라이프를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실천하는, 최고의 뷰티 조언가이기도 하다.

“(백)지수야,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다니까! 내 나이에 맞는 관리 방법과 제품들을 좀 더 찾아봐야겠어. 40~50대 여성을 위한 뷰티 제품이라고 본격적으로 마케팅하는 제품은 없겠지만, 성분이라도 좀 꼼꼼히 보면서 좀 더 필요한 걸 써보려고.”

“맞아요. 중년 여성을 위한 뷰티 제품으로 마케팅하는 제품은 많지 않아요. ’웰 에이징(well-aging)’이란 말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당사자라도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었을 때 자신의 모습을 우아하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어떻게 표현하더라도 ‘웰 에이징’이란 결국 ‘안티에이징(anti-aging)’이고, 안티에이징은 몸과 피부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이해하고 미리미리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피부는 표피층, 진피층, 지방층으로 나뉜다. 표피는 외부환경으로부터 피부를 지키는 보호층으로 병균 침입과 피부 속 수분 증발을 막는다. [중앙포토]

피부는 표피층, 진피층, 지방층으로 나뉜다. 표피는 외부환경으로부터 피부를 지키는 보호층으로 병균 침입과 피부 속 수분 증발을 막는다. [중앙포토]

핑크빛 혈색 대신 어두운 안색, 드문드문 보이는 착색부위와 얇고 건조한 피부, 눈에 띄는 주름들…. 중년이 됐을 때 벌어지는 변화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선 피부 구조부터! 피부는 표피층, 진피층, 지방층으로 나뉜다. 표피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지키는 최전선의 보호층으로 병균의 침입과 피부 속 수분의 증발을 막는다.

표피는 죽은 세포로 이루어지는데, 새로운 세포들이 표면으로 올라오며 기존의 죽은 세포를 몰아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나이가 들어 피부가 생기를 잃는 것은 보통 28일을 주기로 벌어진다는 이런 피부의 재생과정이 더뎌지기 때문이다. 아, 표피 아랫부분에는 피부색과 관련 있는 멜라닌 생성 세포들도 있다.

표피에는 혈관이 없기 때문에 영양 공급은 진피를 통해 이루어진다. 피부의 90%를 차지하는 진피에는 신경섬유와 혈관, 땀샘, 피지샘이 위치한다. 지방을 생성하는 피지샘은 모낭 안에 있으며, 이 모낭의 뿌리에 있는 피지관을 통해 블랙헤드와 여드름이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진피의 대부분은 ‘콜라겐’이 차지한다. 콜라겐은 단백질의 일종으로 피부 형태를 잡아주고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작게는 세포와 세포를 붙여주고 크게는 근육을 감싸고 있는 피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정해준다.

20대가 지나면 콜라겐은 일 년에 1%씩 줄어들어 중년이 될 때쯤에는 20%까지 감소한다고 한다. 실제로 노화된 피부의 콜라겐은 섬유 굵기가 가늘고 배열도 느슨하다. 나이가 들면 콜라겐층이 얇아지며 탄력이 저하되고, 피지샘에서 분비되는 유분도 감소하여 피부가 푸석해진다.

콜라겐과 함께 피부 탄력에 관여하는 물질로 ‘엘라스틴’이 있다. 엘라스틴은 피부조직을 유연하게 해 피부가 이완될 때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있게 돕는다.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 사이는 ‘히알루론산’이 채워져 있는데 이것은 진피 내 보습을 책임진다. 히알루론산이 부족하면 콜라겐과 엘라스틴 사이에 보습이 잘 안 되어 피부가 건조해진다. 콜라겐, 엘라스틴, 히알루론산, 진피의 이 세 가지 구성 요소가 피부의 상태를 결정짓는 것이다.

속 피부의 구조와 형태를 탱탱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피부를 구성하는 주요 단백질인 콜라겐 양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 [중앙포토]

속 피부의 구조와 형태를 탱탱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피부를 구성하는 주요 단백질인 콜라겐 양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 [중앙포토]


“정말 40대가 되니 콜라겐이 쭉쭉 빠지는 게 느껴져요. 탄력은 화장으로도 안 가려지잖아요. 단순히 베개자국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컨디션 좋게 잘 관리해도 늙어 보이는 인상이 되는데, 이것 역시 탄력에서 나오는 거예요. 콜라겐층이 무너져서요”  

“게다가 40대 중반 이후에는 난소 기능이 저하되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잖아. 이 호르몬이야말로 여자의 건강과 아름다움과 관련이 있는데, 이 호르몬이 줄어들면서 탄력과 윤기가 떨어지게 되는 거지.”

“나이를 뒤로 돌릴 수는 없는 거고,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조금씩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 정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보다 뒤에 설 수는 있다고 봐요. 그런데 갱년기가 되면 그것도 쉽지 않으니. 선배 말처럼 여성 호르몬이 줄어들면서 변화가 급격하게 오니까요.

탄력이 많이 떨어지고, 진피가 가라앉는 속도도 빨라지죠. 피부는 거칠어지고, 윤기도 없어지고요. 저는 갱년기 여성을 위한 제품을 찾기보다, 나이든 피부 그래서 더 건조해진 피부를 위한 제품을 찾는 게 맞는다고 봐요.

그렇다면 평소보다 보습도 더 많이 하고 더 리치한 제형의 크림을 쓰는 게 답이 아닐까요? 그 중엔 조금 더 피부 깊숙이 효과를 준다는 리포솜 기술이 들어간 제품도 있고, 주름에 효과가 있다는 레티놀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도 있겠지요. ”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피부의 탄력은 콜라겐이나 엘라스틴 등 진피 섬유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자외선에 의한 광 노화나 체내의 당과 단백질이 반응해서 생기는 당화산물의 축적으로 섬유 성분은 변성한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콜라겐이나 엘라스틴을 생산하고 복원하는 섬유아세포의 기능이 저하된다.

이 시점에서는 자외선 차단에 더욱 신경을 쓰고 항산화에 신경 쓰며, 스킨 케어와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중앙포토]

이 시점에서는 자외선 차단에 더욱 신경을 쓰고 항산화에 신경 쓰며, 스킨 케어와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중앙포토]

결국 이 시점에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자외선 차단에 더욱 신경을 쓰고 항산화에 신경 쓰며 스킨 케어와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또 피부의 재생 활동이 원활하지 않으므로 피부 표면의 죽은 세포인 각질을 주기적으로 제거하고 모공을 열어 새로운 세포가 드러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피부의 수분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데, 세안할 때 표면의 피지를 너무 제거하지 말고 토너 후 오일을 바르면서 기름 막을 만들어 피부 안의 수분을 지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 느끼는 건데, 각질이 확실히 많아진 것 같아. 몸도 건조하고 가렵고.”

“턴오버가 안 좋아지니까 이전보다 각질제거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맞아요. 저는 몸이든 얼굴이든 바르는 것만큼 중요한 게 먹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속에서부터 좋은 것들을 올려야 하잖아요. 하나 더 말하자면 순환이요.

디톡스를 컨셉트로 마케팅하는 뷰티 제품도 있지만 사실 몸에서 독소를 처리하는 기관은 림프잖아요. 순환이 잘 돼야 림프액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독소를 없앨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운동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죠. 운동하고, 먹는 것 조절하고! 결국 건강을 지키는 기본적인 행동이 뷰티로 연결되는 거예요.”

콜라겐, 엘라스틴, 히알루론산 성분이 포함된 제품들은 피부 표면인 표피를 촉촉하고 탄력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이 성분들은 분자량이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달하는 고분자이기에 피부에 바르는 제품으로는 진피 아래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뷰티 제품은 표피를 케어하며, 진피는 몸속 영양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피부 관리 역시 바르는 것과 함께 음식으로 보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면 콜라겐, 엘라스틴, 히알루론산이 들어있는 음식은? 족발, 닭발, 돼지껍질, 도가니탕은 콜라겐이 풍부한 음식이다. 엘라스틴은 엘라스틴 분해를 억제하는 판테놀을 섭취해야 늘릴 수 있다. 판테놀은 콩, 블루베리, 딸기, 시금치에 풍부하다. 히알루론산은 다른 두 성분에 비해 음식으로 섭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영양제로 먹어야 한다. 원료는 동물성 추출물일 수도 유산구균 배양균일 수도 있다.

H&B 스토어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이너 뷰티 제품들. [사진 김현주]

H&B 스토어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이너 뷰티 제품들. [사진 김현주]

최근 몇 년 동안 ‘이너 뷰티(Inner Beauty)' 시장이 성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피부 탄력에 영향을 미치는 히알루론산과 콜라겐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데,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이너 뷰티 시장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68% 정도의 성장세를 보여왔다고 한다.

가까운 H&B 스토어에만 가 보아도 피부 노화 예방, 미백효과, 보습, 주름 개선, 다이어트 등의 기능을 가진 ‘먹는 화장품’ 제품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2년에 론칭한 이너 뷰티 브랜드 ‘바이털 뷰티(VB)’에 이어 지난해 가을 물 없이 씹어 먹는 알약을 콘셉트로 한 전문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큐브 미(CUBE ME)’를 론칭했으며, LG생활건강은 건강식품 기능 브랜드를 ‘생활정원’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리뉴얼했다. CJ제일제당의 ‘이너비’, 안국건강에서는 ‘안국 히알루론산’, 코스토리의 ‘비읍(Bieup)’ 등 이너 뷰티 제품은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도 제대로 된 피부 관리를 위해 바르는 뷰티 제품 외에 생활습관 개선, 영양보충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40대 이상이 되어 예뻐진다는 건 건강과 직결되어 있어요. 예쁜 건 건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건강하면 반드시 예쁘거든요. 컨디션이 좋아지고, 활력이 생기니, 긍정적이 되고,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죠. 2라운드 뷰티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때예요. 젊었을 때는 내 몸이 가지고 있었던 것에 의지해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만들어 가야 해요.”

몸은 쓴 만큼 닳았을 것이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후배의 조언을 되새기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H&B 스토어로 향했다. 클렌징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콜라겐도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수분과 유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순환에 신경 쓰며 운동도 열심히 하고, 먹는 것도 가려 먹고, 보조제도 챙겨 먹겠다! 특별한 비법은 아니지만 다짐만으로 예뻐지는 느낌이다.

김현주 콘텐트 크리에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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