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교통사고死보다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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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살로 죽은 사람의 숫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살률은 10년 만에 두배 이상으로 늘어나 사망자 1백명 중 4명(3.5%)이 자살로 숨지고 있다. 자살로 죽는 비율이 교통사고로 죽는 경우보다 많아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 4위로 올라갔다. 통계청은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02년 사망원인 통계'를 발표했다.

◇자살 급증=2002년 자살로 죽은 사람은 모두 8천6백31명으로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1998년(8천5백69명)보다 늘어났다. 자살은 외환위기 직후 급등했다가 잠깐 줄어든 후 2001년부터 다시 가파르게 늘고 있다.

10만명당 사망자를 따지는 사망률로 보면 지난해 자살은 19.13명으로 92년(9.7명)보다 두배 이상 늘었으며, 특히 교통사고 사망(19.12명)보다 처음으로 많아졌다.

20대와 30대는 자살 사망이 많아 사망원인 2위를 차지했다. 10년 전 30대 자살은 사망원인 5위였으나 지난해엔 2위로 올랐다. 국제적으로 따져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높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보다 자살률이 높은 곳은 헝가리.핀란드.일본뿐이다. 그리스는 10만명당 자살자가 3.2명밖에 안 된다. 멕시코(3.8명).포르투갈(4.5명)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창윤 교수는 "자살률 증가는 최근의 정치.경제.사회의 불안과 관련있다"며 "자살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번지고 있는 만큼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에 대한 주위의 배려와 사회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4명 중 1명 암으로 죽는다=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고, 40대의 경우 남성 사망률이 여성의 세배였다. 암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25.6%였다. 암은 통계조사를 시작한 83년 이래 사망원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10만명당 암 사망자 수는 1백31명으로, 92년(1백11명)보다 20명 늘었다. 암 종류별로는 위암 사망률이 31명에서 25명으로 대폭 줄었고, 자궁암 사망률도 7.4명에서 5.8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폐암(16.9→26.2명)과 대장암(4.6→10.6명)으로 인한 사망자는 많아졌다.

고혈압 사망률(27→11명)은 대폭 줄어든 반면 당뇨병 사망률(14→25명)은 크게 늘었다. 40대는 남성 사망률이 3백94명으로, 여성(1백34명)의 세배에 달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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