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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 파장] 항공·해운·유화株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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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환율 태풍'이 할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25일 증시는 '유가 급등'으로 다시 한번 휘청거렸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에 따라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자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의 회복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의 충격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같은 공감대를 반영하듯 이날 외국인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은 매도보다 매수에 치중했다.

◇증시 또 휘청=종합주가지수는 이날 오전 한때 24.58포인트 급락하며 700선이 위태로웠으나 오후 들어 개인의 매수 규모가 늘면서 낙폭을 줄여 11.18포인트(-1.54%) 내린 7백13.52로 마감했다. 충격은 코스닥 시장이 더 컸다.

코스닥지수도 낙폭을 줄이긴 했지만 1.02포인트(-2.18%) 하락한 45.69로 장을 마쳐 4개월 만에 45선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달러 부채와 유류 구입비용이 많아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항공.해운.석유화학 업종의 낙폭이 컸다.

대한항공이 5.4%, 아시아나항공이 3.7% 하락했으며 해운업종의 현대상선.대한해운, 석유화학의 LG석유화학.한화석유화학이 약세였다.

전날 반등했던 삼성전자.LG전자 등과 반도체 관련 업종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원유가 상승으로 석유 판매가가 인상될 경우 자동차 매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현대차.기아차 등도 2%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엇갈리는 전망=대우증권 전종우 연구원은 "OPEC이 추가로 감산할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에 유가가 하락해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최근 수개월 간의 증시 상승세가 국내외 경제의 회복 기대감을 토대로 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회복 지연은 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유가가 오르면 당장 국내 물가에 부담을 주게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입물가는 지난달 유가 오름세의 지속으로 전월 대비 0.6% 오른 데 이어 이달에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원화환율 하락으로 수입물가 인하 효과가 기대되지만 유가가 오르면 이런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3.1%)를 달성하는데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적인 시각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상무는 "올 봄에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을 때가 많았는데, 그 때에도 유가가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내년 유가는 오히려 하락 가능성이 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주가 하락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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