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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반점 점심 먹고 제약공장 시찰…김정은 방중 마치고 열차 귀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차 '생일 방중' 일정을 마치고 9일 전용 열차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조어대 대신 베이징 호텔 식당서 시진핑 주석과 오찬 #350년 역사의 생약 제조 '동인당' 시찰 후 열차 올라

7일 평양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10개월 사이 네번째다. 그는 자신의 생일인 8일 베이징에 도착한 뒤 1박2일간 머무르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및 식사 등으로 약 7시간을 함께 했다. 신년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 의지를 보인 김 위원장이 먼저 중국의 든든한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회담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쯤 베이징 역에 도착해 전용 열차에 탑승했다. 열차는 2시 8분쯤 베이징 역을 출발했으며 10일 오전 중 북ㆍ중 국경을 통과해 북한 영내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일정은 전용열차편으로 처음 중국 방문길에 올랐던 지난해 3월의 일정과 흡사하다.

김 위원장은 귀국길에 오르기 전 베이징 중심부의 북경반점(베이징 호텔)에 들렀다. 그는 이 곳에서 시 주석과 약 2시간동안 부부동반으로 오찬을 함께 한 것으로 보인다. 1917년 지어진 북경반점은 베이징에서 가장 전통있는 호텔로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의 리셉션 등 중요 국가 행사가 열린 유서 깊은 곳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두 차례 베이징 방문 시엔 모두 공식 영빈관인 조어대에서 시 주석과 오찬을 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중 정상이 북경반점에서 만났다면 아무래도 조어대보다 더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사흘째인 9일 김 위원장과 북측 수행단이 베이징 동남쪽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 내 중국 유명 제약회사인 동인당(同仁堂)을 방문했다. 사진은 동인당 참관을 마치고 이동하는 북중 관계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사흘째인 9일 김 위원장과 북측 수행단이 베이징 동남쪽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 내 중국 유명 제약회사인 동인당(同仁堂)을 방문했다. 사진은 동인당 참관을 마치고 이동하는 북중 관계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용 차량 편으로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台)를 나와 베이징 외곽 이좡(亦庄)의 경제기술개발구에 있는 동인당 공장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공장 시설을 20~30분 정도 시찰했다.

김 위원장이 둘러본 동인당은 청나라 강희제 때 약방으로 문을 연 이래 350년의 역사를 이어져 온 중국의 대표적 제약 기업이다. 중의학에 바탕을 둔 생약 제조를 위주로 하는 동인당은 중국 전역에 점포를 열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베이징 동인당 공장은 중국 내 일류 제약 생산기지로 중국 고위 관리들도 단골로 시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이 이좡 개발구에 입주한 하이테크 기업들을 제쳐두고 동인당을 방문한 것은 전통 산업을 현대화해 일류 기업으로 자리잡은 성공 경험을 북한의 경제개발 과정에 활용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기업들도 한방 의학을 바탕으로 생산한 약품을 중국 등으로 수출중인 북한에 제약산업은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 중의 하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1차 방중 때에는 중국과학원을 방문해 가상현실(VR) 헤드셋으로 보이는 기기 등을 체험했다. 이어 그 해 6월 3차 방중에서는 중국농업과학원과 베이징시 궤도교통지휘센터를 방문했다. 중국은 경제 개발을 독려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관심에 맞는 장소를 골라 시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4차 방중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북한 특별열차가 9일 오후 2시께(현지시간) 베이징역에서 출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를 방문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하고 즉시 베이징을 떠났다. [연합뉴스]

4차 방중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북한 특별열차가 9일 오후 2시께(현지시간) 베이징역에서 출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를 방문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하고 즉시 베이징을 떠났다. [연합뉴스]

이날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에는 6대 정도의 버스와 구급차까지 따라붙었고 수십 대의 사이드카가 호위했다. 동인당 공장에는 김 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염두에 둔 듯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경찰이 수백명 깔려 삼엄한 경호가 펼쳐졌다.

한편 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도착 사실을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발표를 인용해 간략히 보도했을 뿐, 26일 오후의 정상회담 등 구체적인 행적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다. 전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가 북ㆍ중 국경을 넘어 선 뒤 북ㆍ중 양국 매체가 동시에 정상회담 내용 등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예영준ㆍ신경진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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