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인의 장막 깨고 나오라”…불통 논란으로 번진 광화문 집무실 공약 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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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공약 무산이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집무실 이전은 문 대통령이 2012년 제18대 대선 때부터 “국민 속에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추진해온 핵심 공약이어서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靑 구중궁궐 된 건 ‘인(人)의 장막’ 때문”

자유한국당 이양수 대변인은 6일 “청와대든 광화문이든 ‘어디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가’는 국민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실제 국민과 소통하고 있는지 아닌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든 광화문에 있든 측근에게만 둘러싸여 국민과 불통하며 제왕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한, 국민과 소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대통령께서 ‘실제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사안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국민과 함께 개탄한다”고 덧붙였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이 공약은 다른 공약과 달리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대통령 후보의 의지가 담긴 것. 대선 공약을 못 지키게 됐으면 대통령이 국민께 경위를 직접 설명하고 사과하는 게 옳다”고 비판했다.

집무실 이전 공약 폐기가 단순한 거짓 약속을 넘어 국민과의 소통 단절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구중궁궐이 된 것은 ‘인의 장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청와대 비서들이 모든 일을 좌지우지한다고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모두 비서들이 나서서 콩 놔라 팥 놔라 한다. 문 대통령은 이제 인의 장막을 깨고 나오라”고 주문했다.

2012년부터 문재인 측근 권력 우려 나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집무실 이전 보류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이 공약은 2012년 대선 당시 초안이 만들어져 선거 막판에 발표되었으나 당시에는 크게 각광 받지 못했다. 초기 입안자로서 제가 가장 크게 주장했었고 이 공약에 미련도 많았다. 아쉽다”고 적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의원의 활동 내역은 그의 저서 『누가 지도자인가』(2015)에도 나온다. 책에는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에 대한 평가도 나오는데, 박 의원은 “외부적으로는 문재인 후보의 고집스러운 면과 오랜 측근들의 인의 장막이 비판의 대상이었다”고 표현했다.

2012년 12월 12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2년 12월 12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쏠림 현상에 대해선 진보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저서 『청와대 정부』를 쓴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지난해 7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조직법상 공식적인 부처의 역할은 내각이 갖는데 힘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갖게 되면 정부 안에 또 다른 (병렬적) 정부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특징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신재민도 靑 독단적 운영 토로

최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에도 청와대와 정부부처 간의 소통 부재가 등장한다. 신 전 사무관이 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강요에 관해 쓴 글엔 “(당시)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에게 월례보고를 하겠다고 하니 청와대 참모가 시켜주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을 최소화하길 바란다고 들었다. 수석이나 정책실장 등이 대통령께 관련 내용을 보고한다 들었다”며 “이럴 거면 부처는 왜 있는 것일까. 나는 혼란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이 글의 소제목은 ‘난장판: 청와대의 개입’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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