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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꿈나무] 벽돌의 따스함으로 삶을 건축한 김수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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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게

이민아 글, 오정택 그림
샘터, 80쪽, 1만원

한국 건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김수근(1931~86). 경동교회, 공간 사옥, 청주박물관, 아르코 미술관, 자유센터 등 수다한 건축물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타계 20년이 지났음에도 많은 이들이 김수근을 기억하는 이유는 '성장과 개발'이 우선시되던 60~70년대에 건축은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했기 때문이다. 건축은 삶이고 문화이며 철학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게'는 그가 특별히 선호했던 재료인 벽돌로 지은 건축물 네 가지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김수근은 벽돌을 왜 그리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는 벽돌이 지니는 따뜻함을 사랑해요. 벽돌은 한 장 한 장 손으로 쌓아야만 하고 이것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그래서 그는 높은 종탑과 뾰족한 고딕 양식이 아니라 벽돌 계단과 벽돌로 된 벽을 따라 느리게 걸어야만 입구에 도착할 수 있는 교회들을 지었다. 그것이 경동교회와 불광동교회, 마산 양덕성당이다.

이밖에 안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공간의 깊이를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 사옥, 일층 가운데를 뚫어 공원과 낙산이 시원하게 보이도록 배려한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등에 얽힌 일화를 만날 수 있다. "그 안에 살게 될 사람을 생각하고, 그 집이 놓이게될 환경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건축가의 고집은 2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새롭게 다가온다. 독서 후 아이들과 함께 책 속의 건축물들을 직접 돌아봐도 좋겠다. 초등 4학년부터.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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