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교 '자살 심리 검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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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가능성을 알아보는 심리 검사를 하는 미국 내 학교가 많아지면서 이를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자살 심리 검사가 청소년의 자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는 찬성 의견과 검사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으며 사생활 침해를 가져온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6일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이 연간 1700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연방 정부는 학생들의 자살 심리 검사에 수천만 달러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콜롬비아대 연구진이 개발한 자살 심리 검사 문항인 '틴 스크린'의 경우, 42개 주에서 15만 명의 학생이 검사를 받았다. 또 뉴욕주는 40만 명을 대상으로 이 검사를 할 예정이다.

찬성론자들은 주로 자녀를 자살로 잃은 부모들이다. 2003년 22살이던 아들을 잃은 공화당 고든 스미스 의원은 "만약 아들이 자살심리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우리가 알았더라면 그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연히 더 많이 알수록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살 심리 검사를 정기건강검진이나 치과 검진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 부모들이 쉽게 알 수 없는 자녀의 문제를 '사고'가 나기 전에 알아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 결과 자살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판명되면 학교.가정.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한 생명을 구해낼 수 있다는 논리이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심리 검사가 자살을 예방한다는 구체적 근거가 없는데다 가족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립 학교를 정신과 실험실로 만들고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설문 검사는 과도한 진료와 약물 남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의료비와 보험료 증가 등 손해도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한편에서는 항우울제 등 관련 의약품의 매출을 높이려는 제약업체의 계산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자살 심리 검사의 효과에 대해서는 2004년 전문가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살 위험도를 검사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만한 자료가 충분치 않다"며 결정을 유보했다고 전했다.

국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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