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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이번엔 제2신항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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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황선윤
황선윤 기자 중앙일보 기자
황선윤 부산총국장

황선윤 부산총국장

부산시와 경남도는 원래 한 뿌리였다. 1963년 부산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경남도에서 분리된 때문이다. 오랜 기간 경남은 ‘형’, 부산은 ‘동생’으로 불리곤 했다.

그러면서 두 자치단체는 종종 다퉜다. 낙동강 물 대신 깨끗한 식수를 원하는 부산이 끊임없이 진주 남강댐 물 등을 요구했지만, 경남이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번번이 거절해온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물 문제는 아직도 해결 난망이다.

부산·경남의 행정구역에 걸쳐 있는 부산신항 명칭을 놓고 대립하다 소송까지 벌인 사례도 있다. 결국 2008년 헌법재판소에서 부산신항으로 결정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동남권(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가덕도와 밀양을 서로 내세우며 싸우기도 했다. 격렬한 소모전 끝에 동남권 신공항은 2016년 6월 어느 쪽도 원하는 결과가 아닌 김해공항 확장(김해 신공항)으로 결론이 났지만 말이다.

요즘 부산·경남은 부산신항 제2 신항 입지를 놓고 또 다투는 중이다. 해양수산부가 21선석이 운영되고 16선석을 추가 건설하는 부산신항의 물동량 부족에 대비해 제2 신항 입지를 검토하면서다. 제2 신항은 13조~18조원을 들여 2040~50년까지 컨테이너 부두 21~24선석을 추가 건설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해수부가 의견을 물은 결과 부산시는 부산 가덕도 동편을, 경남도는 경남 진해 쪽 입지를 각각 제시해 갈등을 예고했다.

제2 신항이 부산·경남의 이익과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유치 경쟁을 넘어 ‘암투’를 벌인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갈등이 심해지면서 지난해 말까지 입지를 결정하려던 해수부 계획이 자꾸 늦어지고 있다. 해수부는 늦어도 올 상반기 입지를 결정해야 내년 예산을 확보하는 등 제2 신항 건설을 정상 추진할 수 있다고 한다.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는 같은 당 출신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상생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다.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 신공항은 김해의 소음 문제 등으로 동남권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며 공동 대응하는 게 그렇지 않은가.

부산 경제계를 중심으로 싸우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윈윈’(win win)하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부산·경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해수부가 전문가에 의해 합리적인 결정을 하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국가 백년지대계를 위한 부산과 경남, 해수부의 지혜를 기대해는 건 무리일까. 자칫 못 먹는 밥에 재 뿌리는 격으로 끝난 동남권 신공항 무산의 재판이 될까 걱정된다.

황선윤 부산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