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법 불안정’ 상징하는 법원행정처장의 잇따른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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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사의를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키로 해 곧 후임자가 임명된다. 안 처장은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대법관 중 한 명이 맡는 법원행정처장의 임기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통상 2년이다. 전임자인 김소영 전 대법관 역시 관례와 다르게 6개월 만에 교체됐다. 이명박 정부 때 대법관으로 임명된 김 전 처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법원 자체 조사 당시 증거수집 문제를 놓고 법원 ‘신(新)주류’ 측과 대립했다. 이 때문에 “자진 사퇴로 포장된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안 처장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힘들었다”며 자의에 따른 사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대법원장과의 갈등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큰 방향에서 입장은 다를 바 없다”고 답해 구체적 현안에서 마찰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3차 조사를 관장한 그는 지난해 결과를 발표하며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냈다. 반면에 김 대법원장은 “의혹 해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착수된 검찰 수사는 7개월째 진행 중이다. 안 처장은 최근 검찰을 향해 “환부를 정확하게 파악해 단기간의 수술로 환자를 살리는 게 명의”라고 말했다. ‘사법 농단’ 의혹에 대한 수사의 범위와 기간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었다.

안 처장은 현재 법원 요직을 차지한 판사 중에선 드물게도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아니다. 온건하고 합리적이라는 게 대체적 평판이다. 사법부 2인자 격인 안 처장이 물러나면 이른바 ‘코드 인사’와 장기간의 검찰 수사가 초래한 사법부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1년 반 새 두 차례나 법원행정처장이 바뀌는 일은 정상이 아니다. 김 대법원장은 그제 시무식에서 “사법부 신뢰의 탑을 다시 쌓겠다”고 했다. 그 약속을 잊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