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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방장관의 안보 인식이 불안하기 짝이 없어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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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부 우리가 이해하면서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1일 TV 신년대담에 출연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김정은 답방 시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해 사과를 받아내야 하지 않나”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안보 책임자의 말로는 지극히 적절치 못했다.

북한의 어뢰에 우리 장병 46명이 희생된 천안함 폭침은 문재인 정부조차 “북한의 명백한 군사적 도발”(지난해 2월 23일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이라 못박은 사안이다. 대북 대화 부처인 통일부도 인정한 북한의 도발을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방장관이 이해해 주자고 하니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햇볕정책에 올인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국방부 장관들만은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았다. “대화와 안보는 별개”라는 인식이 뚜렷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선 국방부가 앞장서 북한에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천안함·연평도 공격을 ‘우발적 무력충돌 사례’로 물타기한 설명자료를 국회에 보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국회에 출석한 서주석 국방차관은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북한의 도발로 일어난 제1연평해전까지 “우발적 충돌 사례”라 주장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앞으로 북한이 도발해 오면 우리 장병들은 “맞서 싸워야 할지, 일부 이해하고 나서야 할지”의 정치적 고민부터 해야 한다는 말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이 잘못됐다며 사표를 던진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퇴임 서한에서 후배 군인들에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우리와 갈등 있는 국가들엔 단호하고 분명하게(resolute and unambiguous) 대처하라” “악의적으로 행동하는 자들과 전략적 경쟁자에게는 냉정하게(clear-eyed) 대응하라”였다.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군의 존재 이유는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데 있다. 정 장관이 매티스 전 장관의 퇴임사를 숙독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