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와 결혼 꺼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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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해외동포와의 결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혼인 적령기의 일부 청춘남녀에게 현실도피의 한 방편이며 좋은 결혼조건으로 받아들여져 왔던 해외동포와의 결혼이 최근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84년 해외동포 결혼상담센터를 개설, 무료로 운영해 온 서울YMCA가 지난 5년간의 실태를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서울Y창구에 그동안 맞선을 의뢰해 온 남녀는 모두 1천9백81명으로 결혼을 성사한 사람은 이 중 1백18명(59쌍).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 대해 5년간 상담을 맡아온 이승정간사는 『초기엔 무조건 외국으로 가고 보자는 식의 맹목적인 국내 신청인이 많아 맞선과정에서 결렬되는 일이 많았으나 최근엔 국내 경제여건 변화와 여행자유화로 외국생활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신청인이 많이 줄어든 반면 신청할 경우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어 성사율이 높다』고 말한다.
개설당시인 84년에는 홍보부족에도 불구하고 모두 8백83명이 결혼신청했으나 (그 중 12건이 결혼에 성공) 85년 3백42명 신청 (24건 결혼성공), 86년 3백4명 신청 (26건 결혼성공), 87년 2백13명 신청(32건 결혼성공), 88년에는 2백39명 신청(24건 결혼성공)으로 결혼신청이 크게 줄어든 반면 허황된 신청이 줄어 성사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한편 국내 신청자는 매년 줄고 있으나 해외 신청자는 별 변함없이 꾸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맞선기회를 넓혀보기 위해 상담창구를 찾아온 국내 신청자 중에서는 『꼭 해외에서 살아야 한다』는 동포들의 요구에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해외결혼생활 기피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
국내 신청인들의 직업은 무직이 3백80명(27%)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사무직(24%), 교사·강사(10%)의 순.
해외 동포들의 직업은 학생·자영업이 각 22%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기능직·전문직·의료관계 종사자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단연 높아 결혼 59쌍 중 48쌍이 미국에서 거주하게 됐으며 나머지는 캐나다·호주순.
신청인의 성별은 국내인이 남자 40%, 여자 60%인 반면 해외동포는 남자가 62%로 여자(38%)에 비해 월등히 많은 편이다. <고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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