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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모습 드러낸 김태우 "靑 범죄행위 밝혀지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김태우 수사관이 3일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김 수사관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수사관이 도착하기 한 시간 전부터 서울동부지검은 다수의 취재진이 도착해 있었다. 보수단체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와 회원 1명은 “김태우 힘내라 국민이 있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진실은 거짓을 짓밟는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나타났다.

김 수사관은 이날 당초 오기로 되어있던 오후 1시30분보다 15분 일찍 서울동부지검에 도착했다. ‘엄마부대’ 회원들은 김 수사관을 향해 “김태우 힘내세요. 정의는 살아있습니다. 진실은 살아있습니다. 김태우 힘내라” 등을 외치며 응원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윗선의 지시로 민간인 불법 사찰을 했다고 주장하는 김태우 수사관 뒤로 엄마부대의 팻말이 보인다. [뉴스1]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윗선의 지시로 민간인 불법 사찰을 했다고 주장하는 김태우 수사관 뒤로 엄마부대의 팻말이 보인다. [뉴스1]

김 수사관은 포토라인에서 “자세한 건 말씀드리기 힘들고 간략한 심정을 말씀드리겠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한 문제의식에서 폭로했다며 청와대의 범죄행위가 드러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16년간 공직생활 하면서 위에서 지시하면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이번 정부에서 청와대 특감반원으로 근무하면서 역시 위에서 지시하면 열심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업무를 하던 중 공직자에 대해 휴대전화 검사를 하고 혐의 내용이 나오지 아니하면 사생활까지 탈탈 털어서 감찰하는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의 측근에 대한 비리 첩보를 보고하면 모두 직무를 유기하는 그런 행태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1년 반 동안 열심히 근무했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해 왔고 이번에 이 일을 계기로 언론에 폭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수사관은 또 “청와대에서 저의 이러한 언론 공표에 대해 공무상 비밀 누설이라고 고발했는데 공무상 비밀 누설은 제가 아니라 청와대 측이 했다. 반부패비서관 박형철 비서관은 제가 올린 감찰 첩보에 대해 첩보의 혐의자가 자신의 고등학교 동문인 것을 알고 직접 전화해 감찰 정보를 누설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이 공무상 비밀누설이지 어떻게 제가 공무상 비밀누설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누설하는 것이 범죄이지 저는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동부지검에서 청와대의 범죄 행위가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수사관은 ‘추가 폭로할 내용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사 과정에서 얘기할 것이고 그런 부분 있다면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일각에서 본인 비리 때문에 폭로한 것이라고 이야기가 있다’는 말에는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자유한국당이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있다며 지난해 12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다. 김 수사관은 이 사건의 참고인이다.

김 수사관이 그간 민간인 사찰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청와대 윗선으로부터 지시받았다고 주장한 만큼, 검찰 조사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김 수사관 조사를 마친 뒤 특감반 근무 당시 지휘·보고 라인인 청와대 윗선들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주부터 김 수사관과 함께 근무했던 전 특감반원들을 잇달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주로 전직 특감반원들에 대해 특감반의 업무 행태와 보고 라인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건 배당 닷새 만인 지난해 12월 26일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김 수사관이 사임한 석동현 변호사 대신 이동찬(38·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를 새로 선임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변호사는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다. 이 변호사는 2일 검찰에 선임계를 제출했다. 김 수사관은 "동부지검 조사가 끝난 뒤 변호인을 추가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수사관의 변호를 맡아왔던 석 변호사는 "내가 전직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이었다는 점 때문에 김 수사관이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며 2일 사임했다. 석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가 변호를 계속하는 것이 청와대 불법사찰 등 문제점을 용기 있게 내부고발한 김 수사관의 의미나 순수성을 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기정·이가영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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