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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원자력을 추진해야 하는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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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기가 남아돈다고 하는데 왜 발전소를 더 지어 하는가?
전기가 부족하면 큰일이다. 예전에는 「제한송전」이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야말로 야단난다.
참고로 88·8·10의 수급상황을 살펴보면 100만㎾급 원자력발전소 1기정도의 여력이 있는데 이것 가지고는 예비전력이 너무 많다고는 보지 않는다.
발전설비용량 1,902만㎾, 쉬는 설비용량 △431만㎾(정기보수 및 노후실비), 실공급능력 1,471만㎾ 당일최대수요 △1,366만㎾, 남는예비전력 105만㎾.
예비전력이 105만㎾라면 원자력발전소 1기만 고장이 나도 당장 전기공급이 어려워질 것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어떤 이는 빚을 내면서까지 많은 예비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만 충분한 예비전력을 확보하는 것은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더구나 현재의 전력수요는 정부의 에너지소비절약시책에 따라 다소 억제된 상황에서 나타난 것이므로 앞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공업화가 촉진되면 폭발적인 수요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발전소의 건설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더구나 원자력발전소는 건설기간이 8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부터 공사를 서둘러야 2000년대의 전력수요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수력이나 화력발전소도 있는데 왜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가? 혹시 미국에서 강매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여 오는 것이 아닌가?
수력만 풍부하다면 연료나 공해걱정이 없는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력자원은 이미 한계에 와 있다. 수력을 빼면 석탄자원이 있는데 국산 무연탄가지고는 발전이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주로 수입유연탄과 원자력을 택하고 있는데 이것을 마치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월성원전은 카나다에서 들여왔고 울진원전은 프랑스에서 도입했는데 이것을 모두 미국의 압력이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는 것이다.
석유파동이후 전력공급이 불안해지자 대체에너지로 원자력발전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원자력발전을 석유대체에너지의 표본처럼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자력은 에너지를 어느 정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준 국산에너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에너지라면 석탄을 포함한 여러가지 자원을 생각할 수 있으나 특히 원자력을 강조하는것은 에너지의 해외의존도를 줄여 조금이라도 자립도를 높여보자는 우리의 뜻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연료공급이 중단됐다고 해서 당장 나라가 흔들린다면 독립국가의 체면이 뭐가 될까?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국산에너지를 찾아야 하고 그것이 안 되면 준국산에너지라도 개발해야 한다.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는 일부 국가에만 매장돼 있을 뿐 아니라 「자원소비형 에너지」로서 해마다 매장량이 줄고 있어 항상 가격상승과 공급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비하여 원자력은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고 사람의 두뇌와 기술이 곧 에너지를 창출하는 「기술의존형 에너지」이므로 기술자립만 이루어지면 필요한 에너지를 어느 정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준국산에너지라 할 수 있다.
연료의 공급이 중단되면 원자력도 예외없이 발전을 중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연료공급이 중지되더라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가 관심거리이다. 정부는 원자력, 석탄, 석유, 가스, 수력 등으로 전원 (뇌원)을 다원화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한쪽의 자원공급이 어려워지더라도 다른 자원을 동원하여 그 충격을 최소화하자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석유파동이후 나라마다 석유 비축기지의 건설을 추진한 것도 공급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국가안보 측면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원 공급이 중단되었을 때 스스로의 힘으로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은 석유도 석탄도 아닌 원자력이라는 사실이다.
핵연료는 1g을 가지고도 유연탄 3t에 맞먹는 전력을 얻을 수 있으며 한번 장전하면 1년내지 3년간 쓰이기 때문에 다른 발전소에서처럼 연료를 계속 공급할 필요가 없다. 즉 핵연료는 적은 양으로도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수송과 저장이 간편하고 비축효과도 큰 에너지자원이다.
원자력을 공해가 없는 에너지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공해문제는 이제 인류의 사활이 걸려 있는 중요한 과제이다. 88년3월11일 헤이그에서 있었던 세계환경회의에서는 석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 (화우) 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지구의 온실효과가 커지면서 이상기온이 나타나고 빙산이 녹아 바다물이 불어나는가 하면 오존층이 파괴되고 산성비가 내리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카나다에서 열린 국제환경회의에서는 병든 지구를 살리기 위해 화석연료대신 원자력개발의 필요성을 재확인하였다.
이처럼 원자력을 무공해에너지로 보는 이유는 석유나 석탄이 탈 때는 공기중의 산소를 빼앗는 대신 다량의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산화물, 아황산가스 등 위해물질을 내보내는데 반하여 원자력은 연료를 태우는 게 아니라 핵분열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산소를 빼앗지도 않거니와 이산화탄소와 같은 공해물질을 내뿜지도 않는다. 다만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방사성물질이 나오고 있으나 환경으로 나가는 것을 철저히 막고 있으므로 무공해에너지라 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데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 않는가?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83년 이후 해마다 전기요금을 내리고 있는데 거기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발전원가가 싼 원자력발전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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