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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유치원 못 보내는 부모 고민은 언제 끝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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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민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민희 교육팀 기자

전민희 교육팀 기자

6세 아들을 둔 도유진(36·경기 하남시)씨는 지난해 유치원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이 폐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도씨가 유치원에서 폐원 통보는 받은 건 지난해 9월. 원장이 유치원 내부 문제를 고발하고 나서자 설립자가 유치원 문을 닫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경영난 등을 이유로 유치원이 문을 닫으려면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유치원이 폐원을 고수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도씨는 대안을 찾아야 했다. 아무 유치원에나 아이를 보낼 수는 없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이는 방학 때마다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조를 정도로 유치원 친구들과 정이 들어 있었다.

그때 도씨의 머릿속에 떠오른 게 부모협동형 유치원이었다. 부모협동형 유치원은 교육부가 매입형·공영형과 함께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으로 제시한 유치원 모델 중 하나다. 학부모가 조합원이 돼 급식부터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유치원 운영 전반에 참여할 수 있다.

도씨는 같은 유치원 학부모들과 함께 부모협동형 유치원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유치원을 운영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최근 이 계획을 접었다. 시청과 교육부 등에 시설 관련 문의를 하니 ‘시설이 없다’ ‘알아서 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사립유치원 폐원 시 인근 국공립유치원에서 원아를 수용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현장에선 ‘그림의 떡’이다. 국공립유치원은 오후 1시에 정규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도 4시까지밖에 운영하지 않는다. 오후 6~7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사립에 비해 돌봄 시간이 짧아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맡기기 쉽지 않다. 또 국공립은 통학 버스가 없어 부모가 등원을 시켜야 하는 문제도 있다. 도씨는 “정부가 통학차량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육청에 물어보니 ‘예산문제로 당장 시행할 수 없다’고 답변하더라”고 전했다.

대부분 학부모는 초등학교 입학에 가까울수록 자녀를 보육기관인 어린이집보다는 교육기관인 유치원에 보낸다. 하지만 도씨는 올해는 어쩔 수 없이 6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교육부는 유치원 폐원을 막지도 못했고, 유치원에 보내길 원하는 학부모들에게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 주지도 못했다. 생색내기용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언제쯤 나오려나.

전민희 교육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