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텃밭 러시아서도 화웨이폰에 점유율 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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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 ‘기술 굴기’ 상징인 화웨이 스마트폰이 러시아 시장에서도 상승세를 거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삼성 23.3%, 화웨이 24.4% #안드로이드 OS 경쟁력 약화 우려

중국식 표현으로 하면 이른바 ‘대약진’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러시아는 그간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텃밭으로 불린 곳이다.

러시아 현지 경제지 ‘베도모스티’에 따르면 화웨이는 두 달 전인 지난 10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매출액 기준) 2위를 차지했다. 화웨이가 24.4%를 차지한 반면, 삼성은 그보다 1.1%포인트 낮은 23.3%에 그쳤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 보면 화웨이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31%를 차지해 1위로 나타났다. 10월 러시아 전역에서는 스마트폰 284만 대가 팔렸으며 판매액은 약 169억 루블(약 2700억원)로 나타났다.

9월에만 하더라도 삼성은 매출액 기준으로 화웨이를 앞섰지만, 화웨이의 주력 스마트폰 ‘메이트 20’ 예약 주문이 들어오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아이폰Xs 시리즈를 내세운 애플(37.7%) 역시 매출액 기준으로만 보면 러시아 시장에서 1위로 집계됐다.

화웨이의 러시아 지역 대약진은 다른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30%(판매량 기준)를 점유하며 1위를 지켰으나 화웨이(29%)가 턱밑까지 쫓아왔다.

2016년 2분기만 하더라도 삼성은 31%, 화웨이는 11%에 그쳤다. IT업계 안팎에선 인도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올 연말 화웨이가 삼성을 앞지르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에서 삼성은 그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러시아 시장조사기관인 OMI가 선정하는 ‘러시아인이 사랑하는 브랜드’ 스마트폰 부문에서 2013년부터 5년 연속 1위 차지할 정도다. 이 밖에도 생활가전 부문에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9회 연속 1위, TV·오디오 부문에서도 7년 연속 1위로 꼽혔다.

메이트 20은 화웨이 스마트폰 최초로 자체 제작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980을 탑재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 중 AP를 독자 개발해 사용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뿐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다른 중국 스마트폰과 달리 구글 안드로이드와의 최적화 정도가 삼성과 비교하면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안드로이드 OS 시장에서 삼성의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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