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고급 과학두뇌 발굴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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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이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연속 우승하는 것은 우리의 독특한 젓가락문화 때문이라고 풀이하는 이가 있다. 일본인은 나무젓가락을, 중국인은 투박한 대나무젓가락을 쓰는데 우리만은 금속젓가락으로 매끄러운 음식을 집어 올리는 동안 손재주가 늘어 최고의 기능도 쉽사리 익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쇠젓가락으로 깨알을 집어 올리는 필자의 솜씨를 보고 외국인들은 늘 감탄해마지 않는다.
이런 손재주가 전자제품조립, 정밀기계가공 등을 남들보다 빨리 멋지게 해낸다. 그간 우리가 외국에서 빌려온 돈으로 공장을 짓고 외국인의 설계를 빌려 물건을 만들어 수출해온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국제수지 흑자를 기록하게되자 선진국들은 무역장벽을 높이 쌓아올리고 기술이전을 기피하며 팔 비틀기와 목조르기를 시작했다. 여기에 인구가 많은 후발 개발도상국들은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맹렬히 뒤쫓고 있어 우리는 그야말로 고래 사이에 끼인 새우격이 되고 말았다.
이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도는 남들이 이전을 꺼리는 고급기술을 우리 손과 머리로 개발하는 과감한 정면돌파작업을 벌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과학기술에 대한 중간평가를 시행해야 할 시점이다. 겉보기에 요란한 우리의 경제성장도 따지고 보면 국산과학기술 자립 없는 바탕 위에서 자라난 것이기에 필자는 우리의 산업체질을 꽃꽂이와 크리스마스 트리에 비유한다. 남에게 멋지게 보일지는 몰라도 스스로 영양분을 빨아올려야 할 뿌리가 없으니 오래 지탱하기 힘든 것이 우리의 경제체질이다. 흙속의 영양분이 과학이라면 그것을 빨아올리는 뿌리 구실은 기술이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광상은 땅속에 묻혀 있지 않고 과학기술을 전공하는 젊은이들의 머리 속에 잠재해 있으므로 이것을 발굴토록 유도하는 것이 과학의 날에 다짐해야 할 우선과제 일 것이다. 웬만한 과학자료와 기술은 돈으로 살 수 있으나 과학 기술적 경험과 올바른 판단력만은 수입에 의존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 경험과 지혜의 축적을 위해서도 과학기술개발을 자력으로 추진해나감으로써 기술자립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의 농업은「천하지대본」이고 그 중에서도 쌀 농사는 으뜸가는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공업화에 힘입어 이젠 우리의 전력 생산액이 농촌에서 생산하는 모든 쌀값과 맞먹게 되었다. 즉 3만 명의 전력산업 종사자가 1천2백만 농민들이 생산하는 쌀의 값어치와 엇비슷한 GNP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같은 에너지산업인데도7만 명의 광부들이 캐내는 연간8천억원어치석탄값의 3배가 넘는 원자력전기를 20분의 1의 인력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원자력발전의 비중과 농도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해마다 2백명 이상이 진폐증 때문에 사망하고 수많은 아까운 일꾼들이 채탄·선탄 및 운반 중에 사고 사를 당한다고 한다. 그리고 특히 매년 수천 명의 영세민들이 가정에서 연탄가스에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본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편리하고 값싸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를 더 많이 생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날로 심해지는 공해로부터 구출하기 위해서도 국민들에게 깨끗한 에너지를 보급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후손들에게 자원 빈곤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수단으로 물려줄 만한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장 강조해야 할 것은 원자력안전문제다. 정부는 이점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지고 감시·감독을 강화해야하고 사업자는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 해야한다. 이것만 확보되면 국민도 원자력을 신뢰하게 될 것이다. 원자력산업의 진흥은 바로 여기에 중요한 열쇠가 있다고 할 것이다.
『아이에게 고기를 주면 한끼를 때우는데 그치지만 고기 낚는 기술을 가르치면 오래도록 양식을 낚는 방편을 마련 해 주는 것이 되리라』는 선신의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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