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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코리안] 한인 여성 작가들, 파리서 특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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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유명 한국인 여성 미술가들이 공동 전시회를 열었다.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주불 한국문화원(원장 모철민)이 특별히 기획한 행사다.

1951년 프랑스에 건너와 50년 넘게 작품활동 중인 이성자 화백(회화.판화)을 비롯해 방혜자.진유영.윤희.한순자.한명옥.윤애영.구정아씨 등 8명의 회화.조각.비디오.설치 작품이 '파사즈 드 레츠' 갤러리에서 24일까지 전시된다.

가장 연장자인 이성자(88) 화백은 반세기가 넘는 기간 자신이 프랑스에서 제작한 작품 중 시대별 대표작들을 모아 전시회에 출품했다. 40여 년간 빛을 탐구하는 회화 작업에 몰두해 '빛의 구도자'로 불리는 방혜자(69) 화백은 빛이 쏟아지는 공간 속에 입체적인 회화 작품을 설치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조각가 한명옥(47)씨는 무수히 많은 쌀알을 쌓아올린 미니어처 만리장성 '쌀의 벽'을 선보였다.

백남준에 이어 퐁피두 센터에서 개인전을 연 두번째 한국작가인 구정아(38.데생, 설치)씨는 '우스 랜드'라는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다양한 문화의 기억과 하찮은 일상, 동심과 장난기가 뒤섞인 상상의 나라를 통해 작가의 정신세계를 투영하고 있다.

전시회를 기획한 큐레이터 김애령씨는 "이번 전시에 초청된 8명의 작가는 프랑스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성장했을 뿐 아니라 재능과 용기를 가지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개척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며 "그들의 예술과 삶에 대한 관점, 인내와 끈기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철민 문화원장은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세대를 대표하는 재불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역사적인 조망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의 120년 수교 역사는 한국 근대미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1927년 이종우 화백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 프랑스로 향했고, 여성화가로는 나혜석씨가 27년과 28년 파리에 처음 거주했다. 이후 50년대 들어 한국 근.현대 주요 미술가들이 프랑스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미술수업을 받는 학생과 한국 작가들은 500명이 넘는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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