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년 넘은 「고물여객기」수두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87년 8월17일. 미NWA소속 MD80여객기 이륙직후 추락. 승객·승무원 1백52명 전원사망』
『88년 12월22일. 미팬암소속 보잉747 공중폭발. 승객·승무원 2백58명 전원사망』
『89년 2월8일. 미인디펜던트코오퍼레이션사소속 보잉707 태평양섬에 추락. 승객·승무원 1백44명 전원사망』
『89년 2월24일. 미유나이티드항공소속 보잉747 기내 폭발로 기내에 구멍. 승객 8명 실종, 12명 부상』
이상은 지난 2년내 발생했던 미여객기의 주요사고를 정리한 것이다.
이같이 항공기사고가 빈발하자 미연방정부 및 항공사관계자들은 지난 해 대대적인 조사단을 구성, 사고 원인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사고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여객기의 노후임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같은 노후화는 앞으로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항공기 제조회사의 주문이 밀려 주문 후 3∼4년은 기다려야 새 여객기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독의 『슈피겔』지가 조사한 항공사별 보유여객기 평균연령은 미국의 여객기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임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슈피겔』지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항공사보유 여객기의 노후순위 1위에서 5위까지는 모두 미국항공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보유여객기의 평균연령이 가장 많은 항공사는 노스웨스트항공사로 평균 15.47년이다.
다음이 TWA로 15.29년, 유나이티드항공 14.87년, 랜암 14.63년, 아메리칸에어라인 10.84년 등의 순이다.
반면 가장 신형여객기를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는 싱가포르 에어라인으로 평균 4.5년이었다.
다음이 스위스에어 6.1년, 서독의 루프트한자 7.7년, 네덜란드의 KLM 8.69년 등이었다.
ICAO (국제민간항공기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햇동안 여객기를 이용한 승객은 모두 10억6천만명.
이는 지난 81년보다 4O%정도 늘어난 숫자이며 이같은 추세라면 2000년에는 20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으로 이용이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대형 항공기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사고원인의 상당부분이 기술적 결함으로 밝혀져 항공기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다.
현재 서방세계에서 운항되고 있는 여객기는 7천5백대 정도인데 이중 1천대정도가 20년 이상된 낡은 것이고 16년 이상된 것도 1천5백대정도가 되는 것으로 밝혀져 안전운항에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령 보잉737의 경우 3만번 이착륙을 하면 출입문의 틀부분에 균열이 생기고 1만2천번이착륙하면 동체와 날개의 연결부분을 특별점검해야 안전운항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항공기의 노령화는 안전운항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예로 든 태평양섬에 추락한 미인디펜던트사의 보잉707은 지난 68년부터 20년이상이나 운항한 고물여객기였다. 항공사들이 사고 위험에도 불구, 낡은 여객기를 계속 운항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항공기의 대체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15년이나 사용한 보잉727의 경우 중고가격이 1천만달러를 넘고 있다.
71년 제작된 점보제트기의 경우 6개월 전 3천2백만달러에서 지금은4천만달러로 오르는 등 항공기의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여객기의 증가와 함께 미숙련 조종사의 고용도 사고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8년에 새로 고용된 조종사는 2천7백명에 불과했으나 85, 86년에는 1만4천1백명으로 크게늘었다. <유재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