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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1.08인구재앙막자] 니트족·캥거루족·키퍼스…직업 없이 부모 돈만 축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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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것이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 1990년대 경제상황이 나빴던 영국 등 유럽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일본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우리나라도 이런 부류의 청년들이 늘고 있다.

노동연구원은 니트족을 일하거나 취업 준비를 하지 않으며 15~34세의 배우자가 없는 독신자로 정의하고 있다. 노동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니트족 규모가 2004년에 8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20만~30만 명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1인당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니트족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 니트는 부유한 계층의 게으른 자녀 얘기가 아니라 취약계층의 문제라는 것이다.

니트족은 일할 의지는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free arbeiter)'족과 다르다. 프리터족은 일본에서 나온 말로 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일하고 쉽게 일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자신에게 어떤 직업이 맞는지 정하지 못하거나 일한 만큼 대우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프리터족은 원래 정규직으로 일할 기회가 있는데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이다. 우리나라 프리터족은 대부분 기회가 있으면 정규직으로 가기를 희망한다. 니트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모에게 기대 사는 젊은이들은 '캥거루족'이라 한다. 취직할 나이가 됐는데도 직장을 구하지 않거나 직장에 다니면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젊은이들을 이른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게 아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않으면서 부모에게 빌붙어 산다. 캥거루족은 2004년 무렵부터 한국에서 나타난 신조어다.

비슷한 말로 미국에선 이도 저도 아닌 중간에 낀 세대(betwixt and between)라 하여 트윅스터(twixter)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에 집착하는 사람을 일컫는 맘모네(mammone), 영국에서는 부모의 퇴직연금을 축내는 키퍼스(kippers),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라고 한다.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안정된 직업을 구하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공시족(公試族)'이란 말도 나왔다. 7, 9급 공무원 채용 시험이 행시.사시.외시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어렵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고시촌에 필적하는 '공시촌(공무원 시험학원 밀집지역)'이란 말도 있다. 역시 고용이 안정적이고 급여가 높다고 알려진 한국은행.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 입사시험을 '금융고시'라 부르기도 한다. '교사고시'도 교사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음을 반영한 신조어다. '대학 둥지족' '올드보이' 등은 졸업을 늦춘 채 구직활동을 하는 대학 5년생을 이른다. 대학원을 도피처로 삼고 있는 일부 학생들을 말하기도 한다.

이들 청년층은 결혼적령기라고 해도 독신 비율이 높다. 결혼할 생각이 있더라도 안정된 직업을 갖기 전까지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재량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니트족 같은 청년무업자층은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강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들이 늘어나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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