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리 신라비 초기 신라 사회상 연구 길잡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경북령 일군 신광면 냉수리에서 발견된 신라고비는 한반도에서 발견된 제일 오래된 금석문일 가능성이 높고 이두식 글자의 판독에 따라 신라초기의 사회상을 파악할 수 있어 학자들이 그 역사적 가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냉수리 신라비는 서기443년까지 건립연대를 올려 잡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비의 전면3행 첫 부분에 나오는「계미년」과 그 아래 바로 나오는「지도노갈문왕」이 라는 단어가 그것이다.
지도노갈문왕은 신라22대왕 지증왕(재위 500∼514년)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가졌던 이름이다.
이 당시의 계미년에 해당하는 해는 서기 503년과 443년인데 503년은 지증왕이 왕위에 오른 이후다.
또 지증왕은 64세때 왕위에 오른 노왕이라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뚜렷하므로 이 비는 서기 443년(눌지왕27년)에 건립된 것 일 가능성이 높다.
냉수리비가 서기443년의 것으로 확인되면 이 비는 지난해 4월 발견되어 법흥왕11년(524년)의 것으로 판명된 울진 봉평비보다 .앞선 신라 최고의 비임이 확인되며 지난 79년 충북 중원에서 발견된 고구려 문자왕 때(495년)에 세운 것으로 확인된 고구려비보다도 앞선 국내 최고의 비가 된다.
비석의 금석문은 남북한을 통틀어 발견사례가 드물다.
70년대 중반까지 56l년에 세워진 창령의 신라진흥왕순수비가 국내 최고의 비로 알려졌었다. 물론 414년에 세워진 광개토대왕비가 있으나 이는 만주 통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국내 고비의 발견은 78년 545년 건립의 단양 신라적성비가 나오면서 연대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고졸한 예서체로 쓰여진 이두식 글자는 보다 전문적인 판독이 이뤄져야 내용이 밝혀지겠지만 신라의 옛국명인(사로)가 나타나고 신라6부에 속하는 훼부 등과 차이왕·차칠왕 등 인명이 새겨져 있어 신라고비 중에도 전기의 것임을 우선 추정할 수 있게 한다.
이 비를 조사한 영남대명예교수 심재완씨는『좀더 조사해 보아야겠지만 비문의 내용이 당시 어떤 고관의 재산소유에 관한 기록이 나오고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 비는「지도노」라는 왕의 본명이 나온 최고의 것이라는데도 학술적 의의가 크다. 지금까지 신라비에서는 법흥왕의 본명인「모즉지」가 나온 봉평비가 있었을 뿐이었다.
냉수리비는 앞으로의 정밀한 판독·조사에 따라 내용이 확인되겠지만 이 비의 첫행에 나오는「부지왕ㆍ물지왕」이라는 인물에 대한 판명이 해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재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