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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움직임 따라 10분 명상, 번뇌가 사라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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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더,오래] 김국진의 튼튼마디 백세인생(38)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난치병을 치료하는 전문병원은 보완 대체 의료로 진료하는 곳이 있다. 이 시기에 명상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포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난치병을 치료하는 전문병원은 보완 대체 의료로 진료하는 곳이 있다. 이 시기에 명상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포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암과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는 전문병원은 보완 대체 의료로 진료하는 곳이 있습니다. 극심한 고통을 완화하고, 서구적인 치료법이 효과가 없을 때 다양한 치료법을 제안함으로써 환자를 절망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텍사스 MD 암센터에서는 한방요법, 요가, 명상 등 동양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치료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기업에서도 명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는 평소 명상에 관심이 많은 엔지니어 차드 멍 탄이 ‘내면검색(SIY:Search Inside Yourself)’이라는 마음 챙김 프로그램을 개발해 직원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5월 1000억 원을 투자해 경북 영덕에 명상연수원을 열었고, LG디스플레이도 경북 문경에서 명상을 주제로 한 힐링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지금 이 시기에 명상이 왜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요? 일본 위파사나 명상의 일인자 지하시 히데오(地橋秀雄‧70)선생을 일본 동경 닛포리(日暮里) 수행원에서 직접 만나 명상의 효과와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된 저서 '붓다의 명상법'. [사진 김국진]

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된 저서 '붓다의 명상법'. [사진 김국진]

그의 저서 ‘붓다의 명상법’(아름다운 인연)은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일본 소니 출신의 제자가 그의 명상법을 전수하여 소니 직원들에게 명상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에게 명상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명상은 본래 해탈의 수단입니다. 욕망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일반인에게는 해탈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욕망과 화를 줄이기만 해도 훨씬 편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육체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듯 정신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덧셈’에만 관심 있는 현대인들에겐 ‘뺄셈’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기업들이 명상을 도입하는 움직임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인 직원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니에서도 그걸 염려해 우울증 대책 부서까지 만들었습니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과 욕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명상은 상반되는 한계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안정된 정신상태에서 일할 수 있도록 명상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위파사나 명상이란 어떤 것입니까.
명상은 크게 ‘사마타 명상’과 ‘위파사나 명상’으로 나뉩니다. 사마타 명상은 한 곳에 집중해 대상과 일체화되는 명상입니다. 위파사나 명상은 ‘알아차림’의 명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마타 명상은 사마디(삼매)에 들어가는 것이 최종 목적입니다.

위파사나 명상에서는 사마디가 필수조건이기는 하지만 도달점은 아닙니다. 위파사나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청정도‧淸淨道), 사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여실지견‧如實知見), 법과 개념을 명확하게 식별하는 것입니다.

법과 개념은 어떻게 다른 것입니까.
법(담마)은 ‘진실로서 존재하는 것’을 말하고, 이미지나 말은 개념에 속합니다. 법의 세계와 개념의 세계를 분별하지 못하는 것을 ‘무명(無明)’ 또는 ‘어리석음(痴)’이라고 합니다. 밤길을 걷다가 새끼줄(법)을 보고 뱀(개념)이라고 착각해 도망치는 것이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번뇌, 화, 욕심 등은 모두 법과 개념을 혼동하는 망상에서 비롯됩니다. 위파사나 명상은 ‘법으로서 존재하는 것’의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위파사나 명상 중인 지하시 히데오 선생. [사진 김국진]

위파사나 명상 중인 지하시 히데오 선생. [사진 김국진]

번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간단한 명상법은.
위파사나 명상은 먼저 몸의 움직임에 대한 알아차림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중요한 목적은 망상을 떨쳐버리기 위함이지요. 마음은 항상 무엇을 보거나 들으면 반드시 망상을 떠올립니다. 매 순간 몸의 동작에 주의를 집중하면 망상이 사라지고 마음이 청정해지는 것입니다.

몸을 움직일 때 신체적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을 빨리어로 ‘사띠(sati)’라고 합니다. 현재의 순간을 알아차리는 마음입니다. 이 사띠를 지속시키는 것이 망상을 멈추고 진실의 상태를 관찰하는 기술이 됩니다. 방법으로는 걷는 명상, 서서 하는 명상, 앉아서 하는 명상 등이 있는데, 요령은 모두 비슷합니다.

많은 명상법 중 하나만 설명 부탁합니다.
앉아서 하는 좌수행은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배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명상입니다. 앉는 자세는 두 다리를 각각 반대편 양쪽 대퇴부에 교차시켜 올리는 결가부좌(結跏趺坐)가 원칙이지만 힘든 사람은 편하게 앉으면 됩니다. 이때 느끼는 것은 호흡이 아니라 복부 근육의 움직임이나 따뜻함입니다. 관찰의 중심대상은 복부의 감각입니다. 숨을 들이쉬면 배가 불러옵니다.

이때 마음속으로 ‘부름’이라고 사띠(언어 확인)를 붙입니다. 숨을 내쉬면 배가 꺼집니다. 그 감각을 느끼고 나서 ‘꺼짐’이라고 사띠를 붙입니다. 중간에 어떤 소리가 들리거나 다른 이미지가 마음속에 떠오르면 그 현상에 대해서도 사띠를 붙입니다.

부름→꺼짐→부름→꺼짐→(중간에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 ‘소리’라고 사띠를 붙임)→부름→꺼짐…. 이런 식으로 호흡하며 알아차림을 계속합니다. 중간에 망상이 생기면 다시 중심 대상으로 돌아와 집중해야 합니다.

위파사나 명상을 가르치고 있는 지하시 히데오 선생. [사진 김국진]

위파사나 명상을 가르치고 있는 지하시 히데오 선생. [사진 김국진]

분노나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사띠는 가장 우아한 방법입니다. 마음속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일어나면 위파사나 명상을 하면서 ‘성냄’ ‘질투’ ‘오만함’이라고 단지 나쁜 마음요소가 생긴 사실을 있는 그대로 확인하면 놀랄 만큼 빨리 진정됩니다. 번뇌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붙잡지 않고, 빠져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발생하는 일체의 사상(事象)을 있는 그대로, 차별 없이, 평등하게 관찰하는 것이지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조언하신다면.
번뇌는 사실보다는 망상에서 비롯된다. 어제 상사에게 받은 질타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인데 지금 현재 나를 괴롭힙니다. 장래에 대한 불안은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인데 그 또한 지금 현재의 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위파사나 명상으로 망상을 멈추는 기술을 익히면 번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루 10분만 ‘알아차림’에 투자하면 충분합니다.

지하시 히데오

- 1948년 생
- 와세다 대학 문학부 졸업
- 1978년부터 해탈을 위해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등지에서 수행
- 현재 그린 힐(Green Hill) 명상연구소 소장

김국진 중앙일보 '더,오래'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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